[굄돌]이중섭과 소머리국밥/박영택 미술평론가

[굄돌]이중섭과 소머리국밥/박영택 미술평론가

박영택 기자 기자
입력 1999-02-01 00:00
수정 1999-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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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한 사간동 거리는 언제 거닐어도 정겹다.며칠전 그곳에 수많은 사람 들이 줄지어 서 있어 놀랐다.다름아닌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는 ‘이중섭 특 별전’을 보기 위해 몰려든 인파였다.뉴욕이나 파리의 주요 미술관 특별전시 때나 구경할 풍경이 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죽어 신화가 된 이중섭의 그 림과 그의 세계를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전시장은 매우 부산스러웠 다.

‘이달의 문화 인물’로 선정된 이중섭을 기리기 위해 그의 중요 작품들을 한 자리에 다시금 불러 모아 초혼제를 지내주고 있는 듯 하다.사람들은 그 작은 화면 속에 하염없이 눈길을 준다.불우한 시절에 태어나 그림에의 열정 을 안고 비참하게 죽어간 천재화가,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그는 누 구나 쉽게 접할 수 있고, 가장 대중적인 미의식을 자극하는 그림을 남겼다.

그의 그림에는 한국인의 질긴 모성애와 가족애,자연주의,전형적인 한국미의 특질들이 지극히 편안하게 장식화되어 모습을 내민다.그가 진정으로 그림을 좋아하고 모든 것을 그림으로 메꾸고자 한 타고난 화가였음이 새삼 느껴진 다.그의 그림에는 한국인을 끌어당기는 유전적인 미감이 잠겨 있다.좋은 그 림은 이렇게 동일 민족구성원 모두를 감동시킨다.나아가 모든 인류가 감동한 다.그것이 미술의 힘인 것 같다.

그러나 이중섭의 그림과 그의 삶을 알기엔 지금의 우리는 너무 먼 거리에 있다.그가 살다간 그 시대의 비극,식민지배와 전쟁,이별과 고독,무지와 몰이 해.병과 죽음 속에서 이런 그림을 그려냈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고 슬프게 여겨진다.그러나 이 전시장에 모인 많은 사람들은 즐겁게 미소를 지으며 보 고,떠들고 기념품과 도록을 사들고서 전시장을 빠져나간다.

문을 나서서 점심을 먹기 위해 삼청동 쪽으로 걸어가 ‘옛날 소머리국밥 집 ’에 갔다.기다리는 동안 문득 벽에 걸린 그림 한 점에 내 눈에 들어와 박힌 다.거기에는 이중섭의 ‘황소’ 그림이 걸려 있었다.소머리국밥을 먹으며 그 의 ‘소머리’를 본다는 이 비극적 사실이 내내 나를 무겁게 만든다.이중섭 그림은 갤러리의 장사 속,소머리국밥 집의 선전용 그림으로 이렇게 마구 떠 돌고 있다.

1999-02-0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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