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이 각 부처에 대해 실질적인 통할기능을 수행하고 있는가’ 이같은 질문에 긍정적 평가를 내놓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경제 부처의 정책 혼선도 국무조정실이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 데서부터 이유를 찾아야 한다.지난해 제1차 정부조직 개편 당시 부총리제를 폐지키로 한 것은 국무총리실의 조정기능을 강화한다는 전제가 있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차관급 행정조정실에서 장관급 국무조정실로 격상됐을뿐 종합조정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은 뒤따르지 않았다.당초 정부조직개편심의위원회(政改委)의 초안(初案)에는 국무조정실에 차관급의 기획예산실을 두는 안이 포함되어 있었다.정책기획과 경제정책 조정,예산,심사평가 기능을 맡도록 하는 안이었다.그러나 현재 기획예산 기능은 대통령 직속 기획예산위원회와 재정경제부 소속 예산청으로 흩어졌다.국무조정실에는 총괄 및 경제행정·사회문화·심사평가·규제개혁조정관과 수질개선기획단 부단장만이 남았다. 현재 경제정책조정 기능은 1급 경제행정조정관이사실상의 책임자다.행조실 당시 제2조정관은 경제 분야만을 담당했던 만큼 경제행정조정관의 업무 영역은 두배로 늘어난 셈이다.따라서 국무조정보다는 각 부처의 현안을 파악해 국무총리와 국무조정실장에게 보고하는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국무조정 기능은 시스템에 의해서가 아니라 차관회의를 주재하는 국무조정실장의 개인적 능력에 좌지우지되는 형편이다. 국무조정실의 기능이 강화된 측면도 있다.심사평가와 규제개혁이다. 심사평가는 각 부처의 업무성과에 대한 평가이자 공무원연봉제 실시에 따라 장관의 연봉 수준을 결정하는 척도가 된다.평가결과에 따라서는 장관의 진퇴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할이 한층 중요해졌다.심사평가는 한때‘비전문가에 의한 전문가 평가’라고 비판받기도 했지만 새 정부 들어 민간인들로 구성된 정책평가위원회가 가세함으로써 평가의 신뢰감이 다소 높아졌다. 규제개혁도 운영하기에 따라서는 각 부처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각 부처의 업무를 속속들이파악하여 조정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심사평가와 규제개혁이 개별 부처에 대한 총리실의 영향력을 강화한 측면은 있지만 이해관계가 엇갈린 부처 사이의 조정 수단은 아니다. 국무조정실은 강력한 대통령중심제 아래 내각제적 요소라는 통치체제에 따른 ‘태생적 한계’가 분명히 있다.실세총리 때는 목소리를 높이고,이른바대독(代讀)총리가 오면 다시 고개를 숙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성원들의 불만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각 부처의 청와대 근무자들이 상당한 인사상 인센티브를 누리는 것과 달리 총리실은 ‘고인물’이라는 것이다.실제로 현재 국무조정실의 1급 가운데는 고시 동기들이 차관·장관까지 마친 상황에서 같은 자리에만 4∼5년씩 자리를 지키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다.심의관들도 마찬가지다.의욕 저하는 물론 각 부처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고,부하들에게는 영(令)이 서지 않는다.정책조정이 제대로 될 리 없다.따라서국무조정실이 제기능을 발휘하려면 제도보완에 앞서 구성원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운영의 묘를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1999-01-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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