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우리정치 부끄러운 자화상

오늘의 눈-우리정치 부끄러운 자화상

박찬구 기자 기자
입력 1999-01-26 00:00
수정 1999-0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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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斷想) 하나. 휴일인 24일,야당의 옥외집회장.마산역 앞뜰에는 1만5,000여명의 청중이 까치발로 귀를 쫑긋 세웠다. “현 정권은 600만평의 공단을 조성할 수 있는 마산의 발전 조건을 묵살했다”-재선의 이 지역 출신 의원은 1년 남짓 남은 차기총선까지 열기를 이어가려는 듯 현 정권에 화살을 쏘아댔다.한때 ‘잘 나가던’ 지역경제의 ‘쇠락’을 못내 아쉬워하는 눈빛이다. 단상 둘. 25일,국회 본청 145호실.‘IMF 환란조사특위’가 밤늦도록 이어졌다.전 정권의 경제실세들이 줄줄이 증인석에 소환돼 혼쭐이 났다. “증인은 당시 우리나라가 얼마나 외환위기를 버틸 수 있다고 생각했나”-“연말까지는 갈 수 있다고…” “심각한 환란에 누가 책임져야 하나”-“… …(묵묵부답)” 증인들은 지난 악몽을 ‘액땜’하듯 이렇게 얼버무리고,저렇게 비켜갔다.때로 특위위원의 질책에 반론을 폈지만 자신있게 말을 끝맺지는 못했다. 단상 셋. 25일 오전 한나라당 安澤秀대변인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기자실에 들어섰다.“마산집회는 성공적이었다.비싼 신문광고를통해 마산집회를 홍보해준국민회의에 감사한다.지난해 서울집회때와는 달리 술먹은 폭력배가 없었던점도 국민회의에 감사한다” 단상 넷. 한나라당 李富榮총무는 25일 총무회담 직후 인터뷰를 통해 “여당이 정한증인을 상대로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경제청문회 불참 의사를 재확인했다.여당 총무들은 “과거 경제 실정(失政)을 반성하는 뜻에서라도 야당은 거리로 나가지 말고 청문회에 동참해야 한다”고 한나라당의 ‘망국성(亡國性)’ 정치행태를 규탄했다. 단상을 잇는 어제 오늘의 풍경이 답답함을 더하게 했다.경제논리가 정치논리로 포장되고,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압도하는 정치현실이 환란의 근본원인은 아니었을까.경제파탄의 장본인인 야당이 과거 반성없이 정권교체의 희생양을 자처하는 몰염치에는 실소를 참을 수 없다. ckpark@

1999-01-2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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