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북한의 언론 플레이?

오늘의 눈-북한의 언론 플레이?

추승호 기자 기자
입력 1999-01-25 00:00
수정 1999-01-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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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북·미회담 및 4자회담과 관련된 우리 신문의 기사에는 온통 金桂寬,李根,朴명국 3인의 이름이 도배돼 있다.북·미 및 4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와 차석대표,그리고 외무성 과장이다.아무 생각 없이 그들 이름만을 보고 있노라면‘북한 신문’같다는 엉뚱한 생각까지 든다.그 이유는 간단하다.북한 대표들이 기자들 앞에서 이런저런 말을 가장 많이 했기때문.북한 대표들은 숙소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또는 회담장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호응했다.물론 한국 대표들도 숙소에서 몇차례 질문에 답하기는 했지만 회담장 앞에서는 거의 말이 없었다.미국 대표는 4자회담 폐막 후 단 한차례 기자회견에 응했을 뿐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러다 보니 하루하루의 회담경과에 목말라하는 기자들은 북한 대표들이 회담장을 빠져 나가면서‘툭’던진 한마디한마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수밖에 없게 됐다.특히 회담 종료시간이 우리 시각 자정으로 기사 마감시간이었기 때문에 북한 대표의 발언은 더욱 보도의 방향과 분위기를좌지우지했다.그들의 발언은‘토씨’하나 안 바뀐 채 신문 지면을 장식했다.이 때문에 이번 회담 취재에 나선 우리와 일본,중국 기자들은 “아무래도 북한의 언론플레이에 말려든 것 같다”라는 자조에 젖을 지경이었다. 북한이 정말 언론플레이를 염두에 두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모를 일이다.하지만 북한 대표들의 잦은 발언은‘재미 들렸다'싶은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회담기간 열흘 내내 똑같은 상황이 반복됐는데도 우리와 미국대표는 거의 대응하지 않았다.물론 “뭐 그런 것에 신경을 쓰느냐”고 무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 결과 북한의 선전·선동이 우리는 물론 일본 언론에까지‘반영’된 것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북한 대표가 무슨 말만 하면 받아쓰기에 바빴던 기자의 마음 한구석에 영 개운치 않은 뒷맛이 가시질 않는다.

1999-01-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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