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으로 큰 폭의 가격인하 요인이 생겼는데도 식·음료 업체들은 값을 내리는 시늉만 하거나 오히려 편법으로 값을 올리고 있다. 과자,라면업체와 일부 음료업체들은 지난 한해동안 국제통화기금(IMF)핑계를 대면서 20∼30%씩 가격을 올렸었다.이들 업체의 ‘양심불량 행위’에 영문을 모르는 소비자들만 IMF 고통을 ‘전담’하고 있다. 지난 해 초 환율상승과 원가부담 등을 내세워 제품값을 평균 20%이상 올린과자업체의 경우 최근 밀가루값 인하 등으로 가격인하 압력이 높아지자 주력제품 값은 그대로 두고 판매가 신통치 않은 제품값만 조금씩 내렸다. 롯데제과는 제크,미니샌드 등 비스킷과 월드콘 아이스크림 등 잘팔리는 인기상품은 가격인하 대상에서 슬그머니 뺐다.다만 700원짜리 하비스트 비스킷을 500원으로 g당 1.1원 내렸다.오징어땅콩(500원)은 중량만 60g에서 70g으로 늘려 g당 1.4원 내렸을 뿐이다. 해태제과도 주력상품인 맛동산과 부라보콘은 내리지 않는 대신 1,200원짜리 롤리폴리 비스킷을 1,000원으로 g당 1.1원 인하하는 등 중량을 줄여가격을 조금씩 내리는 편법을 쓰고 있다.동양제과는 일부 제품 중량만 늘린 채 초코파이,치토스 등 잘나가는 제품은 가격을 조정하지 않았다. 사정은 라면업계도 마찬가지.농심은 주력제품인 신라면을 지난해 350원에서 450원으로 29% 올렸으나 환율이 크게 떨어진 뒤에도 여전히 450원에 팔고있다.또 신제품 ‘콩라면’을 출시하면서 가격을 개당 500원으로 정해 사실상 신제품을 통한 편법 값올리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삼양식품,빙그레도 잘나가는 제품은 올려놓은 값을 그대로 받고 있다.오뚜기식품이 열라면의 가격을 480원에서 450원으로 6.3% 내렸지만 지난 97년 12월 말과 지난해 2월초 두차례에 걸쳐 봉지라면값이 평균 24.4% 인상된 것에비하면 내리는 시늉만 한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콜라,사이다,과즙쥬스를 취급하는 한국코카콜라는 최근 유통업체에 대한 납품가를 평균 1.8% 올렸다.회사 관계자는 “소비자가격은 그대로 두고 유통업체에 대한 납품가만 인상한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업체의 유통업체 납품가인상이 소비자가격인상과 다른 음료업체의 값인상을 불러올 것이 뻔하다면서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999-01-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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