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대법원이 11일 영어만을 관공서용 공식언어로 사용하자는 주장을위헌이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애리조나주 영어공식언어 주장자들의 논리에 이유나 다른 설명도붙이지 않았다.그저 이것이 연방헌법에 위배된다는 유권해석만을 내렸다. 애리조나주 사람들의 주장은 쉽게 말해 여기가 미국 땅이니 미국 공식언어인 영어를 써야 도리에 맞다는 말이다. 그러니 영어 못하는 사람은 시민자격도 없고 권리도 못갖는 게 당연하다는논리가 선다.참으로 위험하고 편협한 국수주의가 아닐 수 없다. 여러 언어를 사용하는 데서 오는 혼란과 시간·비용의 낭비를 막기 위함이라는 논리도 당사자들의 기본권을 무시한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그들도 미국 땅에서 자생한 인류의 후손들은 분명 아니다.수만년을 살아온토착민인 아메리카 인디언들을 몰아내고 자리잡은 이민자들의 후손들이다.불과 200년 전 일이다. 현 시대에 첨단무기를 갖추고 기술문명이 가장 발달한 나라가 됐다고 해서자기 조상들의 이민역사까지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미국 땅에서 지금의문명을 이룩한 이들도 바로 이민자들이었음을 누구도 부인하지는 못한다. 먼저 온 이들이 나중에 오는 사람들에게 영어를 못한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넌센스다. 이런 맥락에서 연방대법원의 판결은 점차 늘어가는 멕시코인,아시아계 이민자들의 정체성을 인정해주고 그들에게 용기를 준 합리적인 판결이라고 생각된다.아울러 이번 판결은 현재 영어 공용어안을 입법해놓고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나머지 20개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편협한 국수주의와 텃세주의가 곳곳에서 고개를 들고 있음에도 이를 꿋꿋이견제해주는 미국의 헌법정신에 찬사를 보낸다.崔哲昊 hay@
1999-01-13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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