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공영방송 성공사례/경영혁신·공익프로로 승부

외국 공영방송 성공사례/경영혁신·공익프로로 승부

홍성추 기자 기자
입력 1998-12-19 00:00
수정 1998-12-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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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거대조직에 메스… 인력 6,000명 감축/NHK 상업성 위주서 절도있는 경영으로 전환

세계 방송계에선 영국의 BBC와 일본의 NHK를 대표적인 공영방송으로 꼽는다. 이 두 방송사도 한때 심각한 경영상의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시청자들로부터 프로그램의 질과 보도 성격을 놓고 논란이 많았었다.

그러나 두 방송사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오늘의 위상을 정립했다. 특히 재정 악화에 직면하자 두 방송사는 조직에 경쟁원리를 도입,메스를 가하기 시작했다. BBC는 80년대에 들면서 경영에 적신호가 켜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BBC도 수신료를 인상,경영난을 타개하려고 시도했다. 이 과정에 정부와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여론에 밀린 BBC측은 곧바로 거대한 조직에 메스를 가했다.프로듀서 선택제,뉴스 등 프로그램의 예산삭감,조직의 재편,송·중계 기능의 매각도 이때 진행됐다. 그러면서 한편에선 BBC 월드 와이드를 통한 상업수입의 증대와 유료TV 체널사업에의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인원도 6,000명이나 감축했다.그 결과는 바로 나타났다. 인건비의 구성비가 41%에서 32%로 줄어들었다.

NHK 역시 BBC와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지난 82년부터 매년 인력을 감축,지난해까지 총 4,000명을 감원했다. 고위직에 대해서는 연봉제를 실시,비용의식을 고취시켰다. 자회사를 통한 상업적 수입의 증대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다 90년대 중반부터는 상업성에서 ‘절도’있는 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두 방송사는 경영의 혁신과 함께 보도형태와 프로그램의 질에 대한 변화도 모색했다. 시청률만 의식한 제작이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의 제작지침을 마련,시행에 들어갔다. BBC의 ‘시청자와의 약속’은 그 좋은 예다. 전문 50개항으로 조목별로 기록된 ‘약속’은 전부 250가지로 돼 있지만 크게 5개 항목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모든 사람에게 가치있는 것을 제공할 것,둘째 공정·정확·불편부당한 내용일 것,셋째 수신료에 알맞은 가치를 제공할 것,넷째 장애인에게 시청하기 쉬운 서비스를 제공할 것,다섯째 공개성의 유지와 조속한 응답이다. BBC의 모든 프로그램 제작은 이러한 큰 틀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NHK는방송프로그램에 대한 규제를 법률이 정하는 바가 아니고는 할 수 없도록 아예 못박고 있다. 방송법에 프로그램 편성과 관련,방송사업자가 준수해야 할 바를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첫째가 공안 및 선량한 풍속을 해치지 말 것,둘째 정치적으로 공정할 것,셋째 보도는 사실을 왜곡하지 말 것,넷째 의견이 대립되어 있는 문제에 관해서는 가급적 다각도에서 논점을 밝힐것 등이다. NHK가 시청자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이같은 규정을 준수하고 있기 때문이다.<洪性秋 sch8@daehanmaeil.com>
1998-12-1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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