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시대의 부활/李慶衡 논설위원(外言內言)

연탄시대의 부활/李慶衡 논설위원(外言內言)

이경형 기자 기자
입력 1998-12-04 00:00
수정 1998-12-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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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한파’는 연탄시대의 부활을 불러오고 있다.연료비가 기름에 비해 절반이나 3분의 1밖에 들지 않는 연탄용 난방기구들이 IMF형 월동작전의 필수품으로 팔리고 있다.

IMF체제 이후 환율인상에 따른 유류가격의 상승으로 그동안 기름을 때던 비닐하우스 재배농가나 일반가정들이 연탄보일러로 바꾸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한다.연탄연소기 보급사업을 펴고 있는 석탄산업합리화사업단측의 집계에 따르면 연탄 3개를 한꺼번에 넣는 ‘1구3탄’ 보일러의 경우 올 10월까지 이미 지난해보다 3,155대가 더 많은 1만3,000여대가 보급되었다.

민수용 무연탄 수급상황을 보면 지난 88년 2,292만t에 이르던 소비량이 지난해엔 138만t까지 줄어드는 등 매년 30% 가까이 감소세를 보여왔다.그러나 올들어서는 무연탄 소비는 10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2.7%밖에 줄지 않았고 10월 한달을 비교할 경우 금년 10월은 13%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이같은 추세를 반영하듯 서울 청계천 등지의 연탄난방기구 전문상가나 철물점에서는 연탄용 화덕이나 난로,보일러 등의 재고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국민들 모두가 배고팠던 60∼70년대의 연탄시대는 하루하루가 고달펐었다.매일 아침 신문엔 ‘연탄가스 일가족 중독 사망’ 등의 가스 사고기사가 끊이질 않았다.그런 가운데서도 누구나 이를 악물고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내일을 향해 달린 시절이었다.고된 하루지만 저녁땐 식구들이 연탄온돌 아랫목에 모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IMF체제 아래 1년을 지나오면서 그동안 우리를 뒤덮고 있던 많은 ‘거품’들을 걷어냈다.그래서 에너지를 아끼고 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해 연탄화덕을 구하고 연탄보일러를 찾는 것이다.

최근 실업자의 속출,임금 삭감 등 경제적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가정의 해체,생계형 범죄의 증가,자포자기의 패배의식이 확산되는 현상들이 잇따르고 있다.연탄을 때던 그 어려웠던 시절에 우리 국민들이 저마다 뇌리에 갖고 있던 ‘고난 극복’의 정신과 가슴속에 품고 있던 ‘가족결속’의 사회기풍을 ‘연탄시대의 부활’현상과 함께 오늘에 되살렸으면 한다.

1998-12-04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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