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의 가교 놓기’ 뜨거운 열정/21세기를 준비하는 청년들

‘통일의 가교 놓기’ 뜨거운 열정/21세기를 준비하는 청년들

이도운 기자 기자
입력 1998-11-11 00:00
수정 1998-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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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통합정책 수립/통일언어 SW제작/정보 인프라 구축 등 물밑 움직임 활발

아마도 분단 이후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는 통일을 향한 몸짓이 하루도 끊이지 않았을 것이다.지금도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이 통일과 통일이후를 준비하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특히 최근에는 거리위의 돌과 화염병,그리고 무모한 열정 대신, 드러나지는 않아도,자기가 맡은 분야에서 착실하게 통일을 준비해가는 젊은 전문가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신대학교 국제관계학과의 金明燮 교수(35).파리1대학에서 ‘미국 트루먼 행정부의 지역통합전략’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전쟁당시의 통일행정’ ‘통일방안으로서의 고려문명권’등 대학원 때부터 남북 분단과 통일을 주제로 한 저작과 논문을 다수 발표했다.金교수는 강의중에 늘 ‘남과 북의 사람들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학생들에게 던진다.“우리의 청소년들에게 북한은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이제 북한인은 촌스럽기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다.마치 과거 일본인이 한국인을 바라보던 것처럼…”.

金교수는 “지나치게 서구 중심의 시각으로 북한을 바라보면 안된다”고 경고한다.“우리의 중심을 세우면서 서구의 시각을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는 것이 그의 제안이다. 통일부에서 남·북한,미국,중국간의 4자회담을 다루고 있는 金昌顯 사무관(35)은 “남북한이 통일문제를 뜨거운 가슴이 아니라,차가운 머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통일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의 대학생이 정부에 들어와 남북문제를 직접 다루는 것이 큰 기쁨”이라는 그는 판문점에서 북한측 인사와 만날 때마다 느끼는 현장감을 정책수행과정에 반영하고자 노력한다. 金사무관은 “정부의 통일정책도 여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통일을 보는 국민의 눈이 장기적이고 냉철할수록 정부도 일관성과 추진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부터 주간으로 발행되고 있는 통일정보신문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崔秀洛씨(31).건축공학도였던 그는 대기업에서 인테리어 관련 업무를 담당할 때만 하더라도 통일문제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그러나 인터넷 관련 업무로통일정보신문과 접촉을 시작한 뒤 아예 자리를 옮겼다.崔씨는 “인터넷을 통해 젊은층의 북한에 대한 관심이 광범위하게 나타난다”고 소개했다.때로는 조총련측에서 통일정보신문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내용은 아직 “미 제국주의 물러가라”는 예의 구태의연한 내용을 벗어나지 못하지만 접촉이 잦아지면서 의식도 변화하기를 기대한다.崔씨는 시간이 날때마다 인터넷에서 북한이 만든 사이트를 찾아헤매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득이 없다.그는 “빨리 북한이 더 개방돼 인터넷을 통해 교류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컴퓨터와 함께 자라난 우리 신세대들이 북한을 접할 수 있는 무대가 바로 인터넷”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언어학과 동문 10명이 만든 회사 ‘언어과학’.이들은 지난 97년부터 북한어의 형태와 어휘를 분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우리 말은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식으로 단어와 단어를 띄어쓰는데,북한말은 ‘그럴수밖에없다’고 붙여쓰기 때문에 컴퓨터가 해독하는데 장애가 생긴다. 대학원에서 형태통사론을 연구하면서 언어과학에 참여하고 있는 崔云鎬 연구원(28)은 “우리의 어문규정과 북한의 문화어 규정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면서 “통일후 뿐만 아니라 통일전에도 남북의 언어를 동시에 컴퓨터로 읽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해 연구에 착수했다”고 말했다.북한어 전자사전도 완간해 남과 북의 사람과 컴퓨터가 의사소통에 지장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이들의 희망이다.<李度運기자 dawn@daehanmaeil.com>
1998-11-11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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