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소/張淸洙 논설위원(外言內言)

통일소/張淸洙 논설위원(外言內言)

장청수 기자 기자
입력 1998-09-25 00:00
수정 1998-09-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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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鄭周永 명예회장이 지난 6월 판문점을 통해 500마리의 소떼를 북측에 기증했을때 우리는 이 소떼가 통일을 가져올 것이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해 ‘통일소’로 이름붙였다.

소가 우직하게 힘든 농사일을 도우면서 우리민족과 애환을 함께하며 살아온 가축이었기 때문에 북으로 가는 소떼에게 통일의 염원을 담아 통일소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그래서 이산가족들이 소떼가 지나가는 통일로까지 나와 듣지도 못하는 쇠귀에 대고 “꼭 통일을 이룩해 달라”고 눈물어린 기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북으로 간 통일소떼 가운데 4월개도 못돼 몇십마리가 죽었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그것도 남쪽의 통일부와 안기부가 의도적으로 소에게 먹여서는 안될 비닐쓰레기와 불순물을 먹였기 때문에 죽었다는 어처구니 없는 북한의 생떼는 씁쓸한 뒷맛을 느끼게 해준다.

우리가 정성들여 먹이고 기른 소를 북한에 보낸 것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을 조금이나마 도와준다는 인도주의적 동포애의 발로에서였다.굶주리는 북녘동포들을 돕는다는 순수한 마음을 전한 것이다.

또 이러한 인도적 남북교류가 분단의 높은 장벽을 허물고 평화적 통일을 이룩하는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소망을 함께 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우리가 북한에 보내는 소에게 고의적으로 불순물을 먹여 죽게 만들었다는 것은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생떼다.

더구나 현대그룹측이 지정기탁한 통일소 500마리가 엉뚱한 곳으로 분배됐다는 소식까지 접하고 보니 솔직히 괘씸한 생각도 없지 않다.

우리 국민들의 한결같은 통일 염원을 가득 싣고 판문점을 넘어간 소떼들의 운명이 애처롭다는 생각마저 든다.

북한당국자들이 말못하는 짐승까지 정치목적에 이용하는 것을 보면서 통일의 길이 얼마나 멀고 험난한가를 재삼 확인하게 된다. 아무쪼록 통일의 여망을 싣고 북으로 간 통일소떼가 더 이상 별탈없이 남북의 화해를 이어주는 전도사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민족이 그토록 갈망하는 평화통일을 하루속히 이어주는 아름다운 연(緣)을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1998-09-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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