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IMF담당자 컴맹인가/李商一 기자·경제과학팀(오늘의 눈)

재경부 IMF담당자 컴맹인가/李商一 기자·경제과학팀(오늘의 눈)

이상일 기자 기자
입력 1998-09-17 00:00
수정 1998-09-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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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초 빚어진 IMF(국제통화기금) 연차보고서 해프닝의 과정을 보면 여러모로 착잡한 생각이 든다.IMF가 스스로를 여전히 잘한다고 보는 시각 뿐아니라 국내외 언론의 보도태도,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의 늑장대응은 입맛을 씁쓰레하게 한다.

해프닝의 발단은 이렇다.IMF는 13일(현지시간) 올해 연차 보고서를 인터넷에 띄웠다.미국 통신사인 AP­DJ가 이를 즉각 요약해 보도했다.AP­DJ는 IMF 이사회가 태국을 제외한 아시아의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지적,여기에 대해 IMF도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고 전했다.

이런 내용은 국내 언론에서 ‘IMF가 잘못된 정책을 자인했다’는 내용으로 둔갑됐다.실제 동아시아 국가들에 강요한 긴축재정과 고금리 등의 IMF정책 프로그램은 시행 당시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IMF와 형제간인 IBRD(세계은행)의 부총재도 대놓고 “IMF 프로그램은 동아시아 국가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엉뚱한 정책”이라고 줄곧 비판해왔다.

그러나 IMF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정책의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으며 이번 보고서에서도 ‘대외적으로는 정책 프로그램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태국을 제외한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긴축정책을 강요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나 ‘일부 이사’의 소수의견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다.

IMF가 정책적 실수를 저지르고도 인정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IMF체제에서 불필요한 고통을 더욱 겪고 있는 한국민들은 분통이 터질 일이다.그래도 그동안 IMF 정책프로그램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다가 IMF가 실수를 자인했다고 뒤늦게 호들갑을 떠는 언론의 자세도 문제다.

정부 또한 IMF의 공식보고서 발간사실이 한국에 알려진 뒤 뒤늦게 자료를 구하러 다니는 것도 무척 촌스럽다.인터넷을 통해 클린턴의 섹스스캔들까지 공개되는 마당에 재경부의 해당 실·국이나 워싱턴 현지 공관원들은 과연 모두가 컴맹이었는지,아니면 그 순간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궁금하다.



연차보고서가 매년 그저 그런 내용이라 소홀히 해서 외면했다면 재경부는 IMF체제를 자초한 원초적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반성을 해도 한참을 해야 마땅하다.
1998-09-17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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