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된 노숙 탈북자의 눈물/趙炫奭 기자·사회팀(현장)

범죄자 된 노숙 탈북자의 눈물/趙炫奭 기자·사회팀(현장)

조현석 기자 기자
입력 1998-09-14 00:00
수정 1998-09-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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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남한 생활은 기억조차 하기 싫습니다”

13일 상오 서울 남대문경찰서 형사계. 지난 96년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 金正勇씨(28·경기 고양시 일산구 장항동)가 초췌한 모습으로 조사를 받고 있었다.

서울역 앞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金씨는 崔모씨(20·공무원)를 흉기로 찌른 혐의로 경찰에 붙잡혔다. 이날 새벽 육교에서 잠을 자다가 “날씨가 추우니 지하도에 가서 자라”고 권유하던 崔씨를 깡패로 오인해 순간적으로 저지른 범죄였다.

감시와 눈총속에서 살아왔지만 죄를 지으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고개를 떨군 채 조사를 받는 金씨는 노숙자에서 범죄자로 전락한 것이 믿기지 않는 듯했다. 겨우 얻은 자유를 스스로의 잘못으로 놓친 데 대한 자책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면서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그는 힘들었던 지난 2년간의 남한 생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金씨는 북한의 요양소 노동자였다. 자유가 그리워 탈출하기로 마음먹고 두차례의 탈출 시도 끝에 96년 1월 가까스로 자유의 땅을 밟았다.

1,700만원의 정착금과 철도청 정비직을 얻을 때만 해도 장밋빛 꿈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직장 동료들의 따돌림과 곱지않은 시선이 그를 괴롭혔다. 고민을 털어놓을 친구도 없었고 외로움만 밀려왔다. 결국 무작정 직장을 뛰쳐나와 막노동판을 전전하기에 이르렀다.

신용카드빚은 늘어갔고 정착금조차도 술과 경마에 탕진했다. 마지막으로 탈북자 金모씨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오래 견디지 못했다.

지난달 그는 노숙자라는 최후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이날 구속영장이 신청된 金씨는 “잘 살고 있는 탈북자들도 많은데 내가 못난 탓”이라며 회한의 눈물을 흘렸다.
1998-09-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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