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민·노숙자 ‘벌써 한겨울’

수재민·노숙자 ‘벌써 한겨울’

조현석 기자 기자
입력 1998-09-04 00:00
수정 1998-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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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피소서… 서울역서… 냉기 어린 잠자리/수재민­수해 한달째 대피소 생활… 이주대책 ‘감감’.대책본부 “10월이전 임시건물 건립 추진”/노숙자­지하도서 신문지 덮고 깡소주로 추위 잊어.합숙시설 확대… 스스로 찾는 분위기 조성도

수재민들과 노숙자들이 벌써 추위에 떨고 있다.

수용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수재민들은 밤기온이 떨어지면서 변변치 못한 이부자리로 난방시설도 없이 한겨울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시 가능3동 의정부 시민회관 체육관.썰렁한 체육관 한구석에서는 가능3동 6통 안골유원지 이재민 18가구 53명이 한달째 생활하고 있다.

강당이 너무 넓어 수재민들은 밤이면 노숙하는 것과 같은 추위를 느낀다.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감기에 걸렸다.집중호우에 살던 집이 완전히 부서졌지만 무허가 건물이었다는 이유로 재건축 허가도 나지 않고 있고 이주 대책도 마련되지 않아 수재민들은 더욱 막막하다.월동 대책은 꿈도 못꾼다.

이재민 金起洙씨(45)는 “올 겨울을 이 곳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르는데 노약자와 어린이들이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崔옥분씨(74·여)는 “전기담요와 겨울 옷가지가 절실하게 필요하지만 지원마저 끊겼다”고 말했다.

의정부시청은 이재민들에게 복구비로 한가구당 보조금 600만원을 주고 융자금 1,200만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이재민들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불만이다.

아직도 공동 수용돼 있는 수재민은 전국에 240가구 693명.대부분이 마을회관이나 관공서에서 추위에 떨며 겨울나기를 걱정하고 있다.중앙재해대책본부 관계자는 “수재민이 추위를 피할 수 있도록 10월 전에 임시 건물을 지어 집집마다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노숙자들의 추위 걱정은 더 클 수밖에 없다.지난해에는 300∼400명에 불과하던 서울시내의 노숙자들이 올해는 3,000명을 넘어섰다.때문에 수용시설은 크게 부족하다.그나마 있는 시설에도 노숙자들이 규율이 엄격하다는 이유로 들어가지 않고 있다.

3일 새벽 서울역 지하철 지하도에서 신문지를 덮고 웅크려 잠을 청하던 노숙자 朴모씨(43)는 “날씨가 쌀쌀해져 술기운을 빌려 잠에 든다”면서 “얼마전 한 노숙자 합숙소에 들어갔었는데 술을 못먹게 하고 생활이 강압적이어서 나왔다”고 말했다.金모씨(56)는 “지난해 겨울에도 얼어죽거나 폐병으로 고생한 사람들이 있었다”면서 “올 겨울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복지운영팀 관계자는 “75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데도 노숙자들이 입소를 꺼려 절반 정도만 차 있다”면서 “80여개의 복지관을 빌려 3,000여명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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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공동 수용된 노숙자들에게 직업을 알선해 주고 생활 규율도 완화하는 등 노숙자들이 스스로 수용시설을 찾도록 하는 대책이 더 급하다는 지적이다.<趙炫奭 기자 hyun68@seoul.co.kr>
1998-09-0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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