龍頭蛇尾 과외수사(사설)

龍頭蛇尾 과외수사(사설)

입력 1998-09-04 00:00
수정 1998-09-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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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지역 불법고액과외 사건 수사가 어물쩍 끝나서는 안된다. 경찰은 학부모 73명,교사 138명 이외에 추가 조사대상자가 없다면서 사실상의 수사 종결을 발표해 의도적 축소 의혹을 받고 있다. 중간 모집책 역할을 한 교사 10여명을 재소환할 방침이라고 다시 밝히긴 했지만 수사당국의 이같은 태도는 국민의 불신만 키울뿐이다. 사건 주범인 한신학원 金榮殷 원장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수사착수 불과 10여일만에 마무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경찰은 수사 초기부터 이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사건의 결정적 열쇠를 쥔 학원장 金씨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그의 수첩에 수백명의 학부모와 교사명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수 학부모와 교사만 조사한 탓이다. 게다가 金원장과 함께 잠적했다가 나중에 혼자 자수한 것으로 알려진 학원실장이 사실은 잠적했던 것이 아니며 경찰과 계속 연락을 취해 왔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마당이다. 의심받는 경찰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도 이 사건은 철저하게 규명돼야한다.

물론 이번 사건에 연루된 이른바 사회지도층 인사,즉 힘있는 이들이 온갖 방법으로 압력을 행사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그들의 압력으로 사건이 축소 은폐된다면 제2,제3의 불법고액과외 사건이 계속 일어날 수 밖에 없다. 사회 지도층이라면 그에 알맞는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함을 이번에는 보여 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 사건은 우리 교육계의 구조적 비리를 극명하게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그 처리 결과가 주목된다. 지금까지 경찰 수사는 학원관계자의 사기 혐의에만 초점이 맞춰졌지만 사건의 핵심은 교사와 학원 유착의 검은 고리라고 할 수 있다. 교사가 스스로 공교육을 무시하고 학원에 학생을 소개하고,학원과 교사를 연결하는 모집책 교사가 있고,교사끼리 학생을 바꾸어 과외지도하는 이른바 바터제를 실시하고,학생신상과 함께 중간고사 기말고사 등의 시험문제를 학원쪽에 유출했다는 의혹이 깨끗이 밝혀지지 않는 한 앞으로 공교육은 설자리를 잃는다. 어려운 환경속에서 교직의 신성함을 지켜온 많은 교사들을 위해서도 이 검은커넥션을 분명하게 도려내야 한다.

따라서 경찰은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다시 수사를 시작한다는 자세로 모든 의혹을 철저히 캐내야 한다. 이 사건을 어물쩍 덮어서는 교육개혁도 불가능하다.

1998-09-0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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