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근로사업 문제있다

공공근로사업 문제있다

이천열 기자 기자
입력 1998-09-01 00:00
수정 1998-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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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보떼기 등 허드렛일… 영세민 취로사업 전락/자격 완화후 핸드폰 든 중산층도 용돈벌이/지침 획일적… 필요한 사업엔 인력 활용못해

실직자의 생계지원을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근로사업이 겉돌고 있다.실직자보다는 기왕에 보호받고 있는 영세민의 취로사업이나 일부 중산층의 용돈벌이로 전락,본래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시작된 2차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는 충남도가 1만1,000여명, 대전시와 5개 자치구(區)는 8,094명에 이르고 있다.

소하천 정비와 수해복구작업부터 벽보 떼기에다 공공 화장실 청소까지 허드렛일을 도맡아 한다.

하지만 본래의 의미와는 달리 실직자는 거의 참여하지 않고 있다.대전시 서구 관계자는 “실직자는 참가자 가운데 5%밖에 안될 것”이라며 “직장 있는 남편을 둔 부녀자들도 많다”고 말했다.지난 5월 실직자에 한해 실시하던 1차 공공근로사업과 달리 자격 제한이 크게 완화되면서 영세민과 중산층들이 참가,부작용을 낳고 있다.

중산층의 경우는 생계보다 용돈을 벌기 위해 사업에 참가하고 있다.이 때문에 사업장 곳곳에서 삐삐(호출기)와 핸드폰 소리가 울리고 중형 자가용을 끌고 오는 이도 상당수 눈에 띄고 있다.

대전시나 각 구청에는 이를 보고 ‘나보다 잘사는 이가 먼저 사업에 참여해서야 되겠느냐’고 항의하는 근로사업 대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치고 있다.

특히 영세민들을 위해서는 매년 2∼3차례 실시되는 취로사업이 따로 마련돼 있다.예산도 별도로 세워지고 있다.올 가을에도 영세민 취로사업이 예정돼 있어 2중으로 취로사업을 하는 꼴이다.오히려 실직자는 벌이가 시원치 않고 체면과 자존심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작업참여를 꺼리고 있다.중도 포기자가 벌써 20% 가까이 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업의 효율성도 크게 떨어진다.

28일 상오 대전시 도심을 가로지르는 대전천변.잡풀이 보리밭같이 숲을 이룬 하상 풀밭에는 중년 부녀자들이 대부분인 공공근로사업 참여자들이 20∼30명씩 무리를 이뤄 풀을 뜯느라 부산하다.하지만 일을 하는지 잡담을 하는지 도무지 분간이 가지 않을 정도다.

이같은 사례는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마찬가지다.사업지침이나 기간이 일괄적으로 정해져 지역숙원사업과 지자체의 소규모사업에 인력을 아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대전시 동구 관계자는 “정해진 기간에 사업비를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사업에는 예산과 인력난에 시달린다”며 “작업량보다 많은 인력이 투입돼 예산낭비도 가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동 직원들은 평소 잘알고 지내는 같은 마을 주민들이 사업에 참여해 일을 시키기가 어렵다며 다른 동 주민으로 바꿔 달라는 요구도 많다는 말도 덧붙였다.

오는 12월 말까지 전국 공공근로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6,978억원.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뚜렷한 명분이나 목적없이 그대로 낭비되고 있다.

李憲求 대전 서구청장은 “실직자 등으로 참가자격을 강화해야 한다”며 “필요한 사업에 투입하고 남은 돈은 다시 정부에 반납해야 한다”고 밝혔다.<대전=李天烈 기자 sky@seoul.co.kr>
1998-09-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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