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진흙탕속 복구 강행군/중부 물난리­軍 지원 현장

빗줄기·진흙탕속 복구 강행군/중부 물난리­軍 지원 현장

입력 1998-08-11 00:00
수정 1998-08-11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흙탕물 퍼내고 흙더미·쓰레기 치우고/가재도구 하나라도 더 건지려 쉬지못해/“우리고생은 약과” 누구하나 불평없어

10일 상오 경기도 파주시 조리면 봉일천리. 또다시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지만 수해복구에 나선 군인들의 발길을 돌리지는 못했다.

지난 7일부터 나흘째 수해복구를 위해 투입된 101여단 장병들. 지상 1층까지 차올랐던 물이 빠지기가 무섭게 자기일처럼 피해복구에 나섰다.

상가 골목과 아파트 마당 곳곳에는 흙더미와 함께 물에 젖은 가재도구들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냉장고, 장롱,식기 등이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온몸은 진흙으로 뒤범벅이 됐고 군화는 이미 흥건히 젖어 있었다. 등줄기를 타고 땀과 빗줄기가 흘러 내렸지만 어느 누구도 쉬자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비라도 피했다가 하자”고 주민들이 말했지만 장병들은 “한시라도 빨리 손질해야 가재도구를 다시 쓸 수 있다”며 일손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 6일 새벽 인근 공릉천이 범람,지상 1층까지 물이 차올라 주민들은 잠옷바람으로 대피했었다. 비가 그친 뒤 집으로 돌아온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주민 朴仁淑씨(29·여)는 “피해가 너무 심해 정말 막막했다”면서 “군인들이 오고 난 뒤 그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았다”고 말했다.

상가 골목은 흙더미와 쓰레기로 가득차 있었다. 이것들을 치우는 것도 군인들의 몫이었다. 퀴퀴한 악취가 마을 전체를 뒤덮고 있었다.

朴濟雄 대위(29)는 “상오 7시30분부터 하오 6시까지 복구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는 장병이 없다”면서 “피해를 입은 주민에 비해 우리의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오물때문에 독이 올라 피부병에 걸린 장병들도 있지만 간단한 치료만 한 뒤 다시 복구작업에 열중했다. 주민들이 가장 애를 먹고 있는 것은 아직도 지하실에 남아있는 진흙탕물을 퍼내는 일이었다. 양동이로 흙탕물을 퍼내느라 장병들의 온몸은 진흙으로 범벅이 됐다.

간간이 주민들이 건네 주는 커피와 수박은 고단했던 장병들의 몸을 일시에 풀어주었다.

鄭在浩 상병(23)은 “이번 비로 전국민이 크나큰 피해를 봤다”면서 “우리들이 여기서하는 일이 곧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해드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파주=朴峻奭 기자 pjs@seoul.co.kr>
1998-08-11 1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탈모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이재명 대통령이 보건복지부 업무보고에서 “탈모는 생존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에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탈모를 질병으로 볼 것인지, 미용의 영역으로 볼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과 의료계, 온라인 커뮤니티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당신의 생각은?
1. 건강보험 적용이 돼야한다.
2. 건강보험 적용을 해선 안된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