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탈선 방치하는 어른들…/金相淵 사회팀 기자(현장)

10대 탈선 방치하는 어른들…/金相淵 사회팀 기자(현장)

김상연 기자 기자
입력 1998-07-28 00:00
수정 1998-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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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낮 12시쯤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K호텔 옆 B커피숍. 중학생 교복을 입은 10대 소녀 2명이 문을 열고 들어와 테이블에 앉자마자 중년의 여주인이 다가와 메뉴판과 함께 재떨이를 내려놓았다.

“우선 담배 하나 주시고요…” 막 초등학생 티를 벗은 듯한 앳된 소녀들은 스스럼없이 담배를 주문했다. 잠시후 다른 학생들이 뒤따라 들어와 15평쯤 되는 커피숍은 이내 학교 휴게실처럼 변했다.

학생들은 하나같이 줄담배를 피워대며 재잘댔다. 커피숍 안은 연기로 자욱해졌다. 다른 테이블에 앉아 있는 중년의 두 남자 손님은 관심도 없는 듯 했다.

가끔 무심코 들어온 어른들이 이 광경을 보고 당황하면서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무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 호텔 근처 유흥가에는 어린 여학생들이 담배를 피우도록 방치하는 커피숍이 줄잡아 대여섯 곳 더 있다고 한다. 근처 여중학교 학생 몇몇은 수업이 끝나면 이곳으로 몰려든다. 방학인 요즘은 보충수업이 끝나는 대낮에 학생들로 붐빈다.

6개월전부터 B커피숍을 드나들었다는 李모양(13·H여중 2년)은 “2,000원 정도하는 콜라를 마시며 오랫동안 앉아 담배를 피울 수 있어 자주 찾는다”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단속이나 선도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서울지검 북부지청이 최근 주인 吳모씨(42·여)에 대해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긴 했지만 기각되고 말았다. 吳씨가 ‘초범이고 뉘우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 뒤 吳씨는 여전히 학생들에게 담배를 팔고 있다. 吳씨가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다니는 두딸을 두고 있다는 수사관의 얘기가 믿기지 않았다.

우연히 이 커피숍을 들른 적이 있다는 북부지청의 한 수사관은 “얼굴이 화끈거려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어 훈계한 뒤 나와 버렸다”고 말했다.
1998-07-2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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