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는 우리 군것질의 고향/羅泰柱 시인(기고)

해태는 우리 군것질의 고향/羅泰柱 시인(기고)

나태주 기자 기자
입력 1998-06-18 00:00
수정 1998-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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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과자를 좋아한다. 아이들이 우리의 희망이라면 과자도 우리의 희망이다. 오랜 동안 초등학교 선생을 해온 탓일까. 아니면 아직 철이 덜 든 것일까. 나는 아직도 과자가 좋아 군것질하는 버릇이 있고 아이들과 더불어 과자를 사서 나누어 먹기를 좋아한다. 과자를 한 봉지씩 사서 들고 서로 나누어먹을 때 아이들과 나는 한없는 일체감을 맛본다. 그 어떤 말이나 표현으로도 따르기 힘든 인간적인 친밀감을 느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자회사 가운데 하나인 해태제과까지 부도가 나서 외국자본에게 매각된다 한다. 놀라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해태제과가 어떤 회사인가. 민족해방과 더불어 설립되어 50년도 넘게 이 땅의 아이들에게 과자를 대준 회사가 아닌가. 50,60년대 그 암울하던 시대,춥고 배고프고 가난했던 시대,콧물 흘리며 놀던 아이들에게 과자를 만들어 준 회사가 아니던가. 꿈과 사랑을 심어 준 회사가 아니던가. 이 땅에 태어난 사람치고 해태과자를 안 먹고 어른이 된 사람 어디 한 사람이라도 있겠는가. 해태는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추억이 담긴 과자요,그 고달픈 삶의 역사와 꿈이 담긴 과자다.

어린 시절 해태캬라멜을 한갑 사서 주머니에 감추고 하나씩 꺼내어 네모난 속껍질을 벗겨낸 다음 입 속에 넣고 우물우물 씹어먹으며 오가던 머나먼 등하교 길의 달착지근한 추억을 어찌 우리가 쉽사리 외면할 수 있단 말인가. 해태제과를 없애는 일은 과거 어린이들이었던 오늘날 어른들의 추억을 깡그리 지우는 일인 동시에 오늘의 아이들의 꿈과 사랑을 빼앗는 일이다.

그 힘겹던 6·25 전쟁 때에도 아이들에겐 꿈이 있었다. 삶의 즐거움이 마련되어 있었다. 과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으면 과자만 계속 만들어 팔 일이지 과자 만들어 아이들한테서 코묻은 돈을 모아 커진 재력으로 다른 사업에 손댄 일부터가 잘못된 일이다. 해태그룹을 해체하고 매각한다면 우선적으로 그 모기업인 해태제과를 살려야 한다. 그래서 과자를 지켜야한다. 그것이 해태가 다시 사는 길이요 좋아지는 길이다.

어린이가 우리들의 희망이라면 과자도 우리들의 희망이다. 해태과자는 어린날 우리가 먹고 자란 과자지만 우리 동생들이 먹고 자랐고 우리 자식들이 먹고 자란 과자다. 그 과자를 우리의 자식의 자식들도 먹고 자라도록 해주어야 한다. 과자는 과자로 끝나지 않는다. 과자를 없앤다는 것은 입맛의 고향을 없앤다는 것이요,삶의 역사를 없앤다는 것이 된다.

나도 이제 더 늙어 나이를 먹으면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그때 나는 손자와 함께 해태과자를 사서 나누어 먹으며 이렇게 말해 주고 싶다. 아가야,이 할애비도 어려서 해태과자를 먹으며 자랐단다. 그 과자가 하마터면 없어질 뻔했는데 그 과자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힘을 합하여 지켜 내고 살려 냈단다. 할아버지는 오늘 너랑 이렇게 과자를 나누어 먹으며 이야기하는 게 참 좋구나.
1998-06-1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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