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대책 없나(사설)

학교폭력 대책 없나(사설)

입력 1998-06-01 00:00
수정 1998-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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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아이가 자살하는 모습을 도대체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가.울산의 한 중학생이 같은 반 학생들에게 2년동안 온갖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 오다가 학교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은 우리를 참담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에서 학교폭력이 문제되기 시작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그런데도 학교폭력 문제가 아직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폭력의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해야 하는 학생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어른들의 무관심과 무능의 결과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번에 자살한 학생이 당한 폭력의 양상은 너무 끔찍하다.수돗가에서 물고문을 하고 화장실에서 허리띠로 채찍질을 한 것이 같은 중학생이었다니 믿어지지 않는다.흉악한 조직폭력배나 할 짓인 잔혹한 폭력을 10대의 학생들이 동급생을 상대로 휘두른 것이다.

학교폭력은 여러차례 사회문제화됐고 그때마다 당국의 발본색원 대책이 발표되곤 했다.지난해에는 학교폭력 근절대책회의가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려 4개 부처가 합동대책을 마련했다.대검찰청은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추진본부를 발족하고 전담 수사반까지 설치했다.중·고교에 전담 경관 1명씩을 배치한다는 방침도 발표됐고 학교폭력 신고전화와 ‘그린 포스트 카드’란 이름의 신고엽서 제도도 만들어졌다.

이번 사건은 그런 대책들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했음을 보여준다.피해학생이 2년동안 고통을 당하면서 여러차례 자살 기도를 한 사실을 그 부모와 교사는 몰랐고 친구들은 보복이 두려워 침묵했다.학교폭력의 피해자가 한해 15만명으로 추산되지만 피해학생의 65%가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공권력도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학생들이 부모와 교사,즉 어른을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폭력의 피해를 호소하고 해결을 기대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는 것이다.그러자면 정부 당국은 물론 가정·학교·사회가 공동으로 한때의 반짝 캠페인이 아닌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조직화된 범죄로서의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강력한처벌과 제재조치가 필요하다.그러나 학교폭력은 사회범죄와 달리 법적 대응과 엄벌만으로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어려움을 지니고 있다.피해자도 가해자도 우리 아이들이고 그들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키울 책임을 우리 모두 지고 있기 때문이다.학교폭력 근절에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겠다.
1998-06-01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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