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로렌초/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한국의 로렌초/任英淑 논설위원(外言內言)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8-05-06 00:00
수정 1998-05-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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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은 문화계에서 그는 가장 존경 받는 어른 가운데 한분이다.

악기은행을 만들어 과다니니 바이올린,마치니와 롤카 첼로등 명기(名器)를 젊은 음악도들에게 공짜로 빌려주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연주가들에겐 몇년씩 항공권(우대항공권)을 무료 제공한다.또 줄리아드등에서 공부하는 한국학생들에게 연간 3만달러가 넘는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의 ‘우대항공권’ 혜택을 받은 음악가는 30여명으로 지휘자 鄭明勳,피아니스트 白建宇,소프라노 曺秀美 등 유명 연주자들은 대부분 그 수혜자다.한 사람 몫의 좌석을 차지하는 덩치 큰 악기를 운반해야 하는 첼리스트에겐 비행기 표를 2장씩 지급할 만큼 섬세하기도 하다.주변에서는 이 비행기표 값만해도 5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한다.

문화예술에 대한 그의 이같은 후원은 아무 조건 없이 생색 내지 않고 이루어 진다.그래서 문화계 밖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다.

현악4중주단을 창단,한국의 대표적인 실내악단으로 키우고 세계 45개 도시에서 연주회를 갖기도 했다.품격있는 향토문화전문지를 20여년째 발간해 오고 있고 학술상·예술상도 제정했다.미술관을 마련하고 그 미술관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한다.

서울시청이 새 청사를 짓고 옮겨 가면 그 자리에 음악당을 지어 서울시에 헌납하겠다는 아름다운 꿈을 지니고 있고 회갑을 넘긴 나이에 피아노와 첼로 레슨을 받은 젊은 정신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금호그룹 명예회장인 그가 예술의 전당 이사장으로 선임됐을 때 “국민의 정부 인사중 가장 멋진 인사”라는 평가가 문화계 일각에서 나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 朴晟容씨가 4일 예술의 전당에 30억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국제통화기금(IMF)체제 아래서 시들어 가는 문화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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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70년대 건축가 고(故) 金壽根을 ‘한국의 로렌초’로 소개한 바 있다.공간 사랑을 중심으로 한 그의 문화예술 후원 작업을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황금기를 이룬 메디치가의 로렌초에 비유한 것이다.아버지로부터 물려 받은 가업을 굴지의 기업으로 키운 후 동생에게 맡기고 문화예술 후원자로 나선 朴회장은 90년대의 로렌초인 셈이다.
1998-05-0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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