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새 길 이름들 정이 가누나(박갑천 칼럼)

서울 강남구 새 길 이름들 정이 가누나(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8-04-22 00:00
수정 1998-04-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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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계시던 날의 어머니는 ‘밤골’딸네집에 곧잘 가셨다.한데 딸하며 사위는 ‘밤골’이 한자화한 ‘율동’(栗洞)에서 산다.그들이야 뭐라하건 어머니는 돌아가시는 날까지 ‘밤골’이었다.

그 어머니가 시집가실때는 가마타고 ‘건더리재’를 넘었다.어머니의 시부모는 그 건더리재에 묻혀계신다.이젠 저세상에서 문안인사 드리려면서도 건더리재를 오가시는 것이리라.‘건들팔월’이라도 생각하면서 붙게된 이름 건더리재였던 것일까.그곳사람이면 지금도 누구나 건더리재라 하는데도 족보는 ‘건달치’(乾達峙)라 적어놓고 있다.‘밤골­栗洞’과 같은 흐름으로.그러는 사이 우리 토박이 땅이름들은 스러져 내려온다.

서울 강남구에서 961개 새길이름을 지어붙였다.한글학회와 한국땅이름학회의 자문을 받아서.특히 토박이말 이름들에 정이 간다.늘사랑길·숯내길·복사골길·논고개길…따위.‘논고개’의 경우 ‘논현’(論峴)으로 왜나갔던 처지에서 본디모습을 되찾은 셈이다.이는 길이름에 번호를 붙이는 새주소체계로서 가령 지금의 청담동 82의 6번지는 ‘보람길22’로 된다고 한다.그걸로 익숙해지면서 다른곳도 뒤따랐으면 하는 마음이다.

좀 오래된 일이기는 해도 미국 아칸소(Arkansas)주 이름에 얽힌 얘기가 흥미롭다.이 이름은 캔자스주의 그 캔자스(Kansas)에‘Ar’가 붙어있는 형태이다.그러니까 ‘아캔자스’라 부르면 될법하건만 그렇지않은 ‘아칸소’가 아닌가.그런만큼 미국의 주로 편입되면서 프랑스어식의 ‘아칸소’냐 영어식의 ‘아캔자스’냐를 놓고 의회에서까지 논란을 벌일정도로 워걱거렸다.지금도 지구촌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의 자존심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터이지만 말의 자존심은 곧 겨레의 자존심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벌인 40년 싸움이었다고 할것이다.

비단 영어­프랑스어만이 아니다.벨기에의 경우 프랑스어를 쓰는 왈롱인지역과 네덜란드어를 쓰는 플라망인지역으로 쪼개자는 말이 나오는것도 배경은 같다.프랑스어권 정상들이 모여 프랑스어의 자존심을 지키자고 소리높인지는 오래되었지만 포르투갈어를 쓰는 나라들도 이에 뒤질쏘냐 연방을 창설한바 있다.독일도 독일어를 세계공용어로 만들자면서 ‘언어수출’에 적잖은 돈을 쓰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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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회 김규남 의원(국민의힘·송파1)이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에 주민 공론화 과정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서울시 풍납토성 인근 지역주민 지원 및 이주대책 마련에 관한 특별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7일 밝혔다. 풍납토성 보존·관리 종합계획은 ‘풍납토성 보존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국가유산청이 5년마다 수립하는 법정계획이다. ‘보존·관리구역 지정’, ‘발굴조사·보상계획’, ‘이주대책’, ‘주민지원사업’ 등을 담고 있어 사실상 풍납동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상위 계획으로 평가받는다. 김 의원은 “종합계획에는 주민들의 삶과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담기지만 그동안 주민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라며 “현재 계획이 2027년 종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지금부터 차기 종합계획에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을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실제 2023년 종합계획 수립 과정에서 국가유산청과 송파구 간 종합계획 내용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다. 주민 의견을 담은 송파구의 대안을 국가유산청이 수용하지 않으면서, 송파구가 국가유산청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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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름에 토박이말 찾아쓰는걸 두고 들큰거릴 일이 아니다.그건 잃었던것을 되찾는 자주·자존의 거쿨진 영바람이라 해야 옳다.땅이름에는 겨레의 얼이 배어 흐르는 것이므로.<칼럼니스트>
1998-04-22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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