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의 공안직 기피증/박현갑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검사들의 공안직 기피증/박현갑 사회부 기자(오늘의 눈)

박현갑 기자 기자
입력 1998-03-28 00:00
수정 1998-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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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 엘리스 코스였던 공안부에 거센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27일 발표된 검찰의 차장급 인사에서 ‘공안통’들은 대부분 원치않던 자리로 밀려났다.이에 앞선 검사장급 인사에서도 공안부 수뇌부들은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공안부 근무자를 우선적으로 배려했던 지금까지의 관행에 비추어보면 파격이다.

공안통이 되기를 바라던 검사도 줄었다.일부 검사들은 인사를 앞두고 공안부 입성을 제의받았으나 극구 사양했다는 후문이다.어떻게 하든 공안부에 입성하려 했던 풍토가 180도 바뀐 것이다.대검찰청의 金모 검사는 “이런 상황에서 누가 공안부에 가려 하겠는가”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좌익’이라는 용어도 ‘공안’으로 순화될 전망이다.대검찰청은 ‘좌익사범 합동수사본부’를 ‘공안사범 합동수사본부’로 바꾸기로 했다.

이같은 일련의 흐름은 공안부가 제자리를 찾는 과정으로 이해된다.지금까지 체제수호보다는 정권수호에 앞장섰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던 만큼 체질을개선해 같은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뜻이 담긴 것일 수도 있다.金泰政 검찰총장도 ‘신(新)공안’이라는 말로 그같은 의지를 축약했다.아울러 공안 경력이 없는 ‘신선한’ 검사들에게 공안사건을 맡겨 민주체제 수호와 인권보호 요구에 동시에 부응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러나 그같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공안 본연의 기능이 훼손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지울 수 없다.

특히 검사들의 공안 기피증은 민주주의 체제수호라는 사명감보다는 ‘내가우선 다치지 않아야 한다’는 자기방어에만 급급한 풍토를 만들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공안 검찰의 기능은 불변일 수 밖에 없다.엄연한 분단국가에살고있는 우리로서는 반국가사범 척결을 게을리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누가 공안을 맡든 권력의 논리가 아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한다는 논리에 따라 수사를 할 때 신공안은 빛을 발할 것이다.정권이 바뀔 때 마다 공안부 소속 검사들의 입지가 뒤바뀌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았으면하는 바람이다.
1998-03-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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