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를 다시 본다/소외되어온 백제사 재조명

백제를 다시 본다/소외되어온 백제사 재조명

입력 1998-03-17 00:00
수정 1998-03-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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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연재물 이해 쉽도록 풀이

1993년 12월 백제의 마지막 왕도 옛 사비땅 부여에서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냈다.국립부여박물관이 충남 부여 능산리 고분에서 발굴한 이 금동향로는 침체된 백제사 연구에한 줄기 빛을 던져주는 주목할만한 고고학적 성과였다.최근 출간된 ‘백제를 다시본다’(도서출판 주류성)는 바로 이 금동향로 발굴을 계기로 새롭게 되돌아본 백제사이자 백제문화사다.이 책은 지난 94년 1월14일부터 9월30일까지 서울신문에 30회에 걸쳐 연재됐던 글 ‘백제를 다시 본다’를 일반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한 권에 묶은 것. 편저자인 서울대 최몽룡 교수를 비롯 이기동(동국대)·최무장(건국대)·전상운(성신여대)·이종철(국립전주박물관)·강우방(국립경주박물관)등 전문학자 20명이 필진으로 참여했다. 다산 정약용에 따르면 백제는 고대 삼국 중 가장 강대한 국가였다.그럼에도 우리 학계의 백제사 연구는 ‘백제’라는 국호의 기원이나 건국집단의 계통에 관해서 조차 합일된 견해가 없을 정도로 지리멸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우리 고대사에 있어 백제사는 뒷전에 밀려난 ‘잊혀진 역사’였다.‘백제를 다시 본다’는 이러한 백제사 연구의 현주소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한다.이 책은 고고학·종교학·공예·민속·언어·성곽과 복식에 이르기까지 백제문화 전반을 다룬다.기존의 백제사 관련서들은 한문투로 내용이 어렵고 빡빡한 것이 대부분이었던 만큼 전문가 중심의 이해에 그칠 수 밖에 없었다.또한 그동안 역사서 시장을 주도해온 대중적인 책들은 학계의 연구를 객관적인 성과로 이끌어내기에는 미흡한 점이 없지 않았다.이 책은 비록 논문의 형식을 띠고 있지는 않지만 30편에 이르는 백제사 전문가의 글들을 통해 학계의 연구성과와 수준 그리고 새로운 전망까지 담아낸다.그런 점에서 적극적인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특히 각 편의 첫 머리에는 신문연재를 담당했던 황규호(전 서울신문 편집부국장)·서동철(현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2인의 간략한 해설을 붙여 백제사 이해의 길라잡이 구실을 하도록 했다.

이 책은 백제사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있지만 초점은 웅진시대를 마무리짓는 538년부터 660년 백제 멸망때까지의 사비시대에 맞춰져 있다.사비시대는 세계적인 보물로 평가받는 금동대향로를 제작하는 등 백제문화가 절정을 이룬 시기였다.이러한 사비시대를 중심으로 백제사를 조명,패망한 나라라는 원죄에 묶여 소외돼온 백제사의 올바른 상을 정립하겠다는 것이 이 책의 기획의도다.그동안 백제는 흔히 나약한 고대국가로 묘사돼 왔다.그러나 백제가 멸망할 당시의 인구가 76만호로서 같은 시기 고구려의 69만호보다 많았던 데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백제는 강성한 국가였다.이 책은 백제가 비록 당이라는 외세를 등에 업은 신라에게 무참히 패망했지만 끝내 민족의 자존을 지킨 ‘정신적 선진국’이었음을 철저한 고증과 문헌비판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김종면 기자>

1998-03-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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