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의 위상/강석진 도쿄 특파원(오늘의 눈)

일본 검찰의 위상/강석진 도쿄 특파원(오늘의 눈)

입력 1998-03-13 00:00
수정 1998-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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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일본은행이 검찰의 수색을 받았다.업계로부터 뇌물성 접대를 받고 정보를 누설해 온 영업국 증권과장 요시자와 야스유키를 체포한 검찰이 은행에 대해서도 수사를 실시한 것이었다.

1882년(메이지 15년) 창업 이후 일본은행이 수사의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만큼 충격은 크다.일본 금융체제에 대한 내외의 신뢰는 바닥을 치고 있다.마쓰시타 야스오(송하강웅) 일본은행 총재도 사의를 표명했다.

일본 검찰은 한국계 아라이 쇼케이(신정장경)의원을 비롯해 4명의 자살자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금융권에 대한 수사를 한발 한발 넓혀 나가고 있다.이미 수사 시작 1년이 넘는다.검찰의 수사는 앞으로도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검찰의 끈기와 집요함이 경이스럽다.일련의 수사는 단순히 부패 관료의 처벌 차원을 넘어 시대의 요청이라고까지 생각된다.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90년대 곤욕을 치르는 배경에는 부패,접대문화,기득권층의 개혁에 대한 저항 등이 자리잡고 있다.‘아시아적 문화’의부정적 측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접대문화는 접대를 받는 측이나 접대를 해서 이익을 보는 입장에서 보면 윤활유다.과거에는 발전을 가져오는 촉매였는지도 모른다.그러나 유럽과 미국이 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 나오고,세계화가 빠르게 진전되는 이제 더 이상 용인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본 검찰은 ‘상투’를 자르고 있는 셈이다.19세기말 서세동점의 물결 속에 문명개화를 하지 않으면 안될 때 한국이든 일본이든 단발령이 내려졌다.이제 21세기를 향한 문명개화를 위해서는 다시 ‘단발령’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자연스럽거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접대와 부패 문화의 상투를 자르기 위해 일본 검찰은 칼을 들고 나섰다.19세기 근대화 초기 창업된 일본은행이 21세기를 앞두고 수색당한 것은 매우 상징적이다.

우리나라도 요즘 여러가지 수사가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그러나 과연 일본검찰처럼 떳떳하게 지속적으로 ‘단발령’을 집행할 수사기관이 있는가.최근 의정부에서 밝혀진 일은 우리 수사기관이 부패와 접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은 아닌지 우려를 낳는다.단발령이 필요한 때 헛상투 잡고 흔들거나 머리카락 몇 오라기 건드리는 데 그치게 되지는 않을까.21세기형 문명개화를 위해서는 수사기관의 상투도 잘라야 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1998-03-1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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