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해본 사람이라면 여러 세간살이 중에서도 책을 옮기는 게 가장 번잡한 일이라는 것은 누구나 실감했을 것이다.요즘에는 포장이사가 등장하여 어느정도 이 수고를 덜어주었지만 직접 책을 정리하고 묶는 작업은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다.라면박스 하나 정도도 결코 녹록한 무게는 아니다.
이사후 가급적 책장 정리는 천천히 하는 게 좋다.책을 그냥 출판사별로 책장에 꽂아서는 안된다.목차만이라도 한번씩은 다 떠들어 보아야 한다.이때 보지 못하면 평생을 같이 동거하여도 다시는 못보기가 쉽다.
더구나 묵은 책갈피에서 자신도 깜빡 잊은 비상금을 발견하는 뜻밖의 행운을 놓칠 수도 있다.노곤해진 몸을 잠시 쉬면서 빼어든 한권의 책에서도 일생을 바꿀 문장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또한 늘 내일로 이사가는 존재들이다.손목에서 째깍거리는 시계바늘 소리는 우리 몸을 조금씩 조금씩 내일로 데리고 간다.새롭게 다가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한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미래사회는 정보의 힘이 세계를지배한다는 점이다.그리고 그 힘의 요체는 다름아닌 책에서 나온다.
고려말 국가적 위기가 닥쳐오자 팔만대장경을 새김으로써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난을 물리쳤다 한다.지금의 우리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의 입구에 서 있다.8만자의 대장경을 오자 하나 없이 정성들여 새김으로 써어려움을 이겨나갔듯 한자 한자를 읽어내는 진중한 독서도 오늘의 우리가 이 위기를 이겨내는 방법이다.
청와대로 가는 새 대통령의 이삿짐 속에 들어 있는 2만권의 책을 보면서도 나는 이를 확인했다.그 가진 것에 비한다면 오히려 한없이 가벼울 손때 묻은 책을 생각하자 무거운 내 마음도 잠시 가벼워졌다.
이사후 가급적 책장 정리는 천천히 하는 게 좋다.책을 그냥 출판사별로 책장에 꽂아서는 안된다.목차만이라도 한번씩은 다 떠들어 보아야 한다.이때 보지 못하면 평생을 같이 동거하여도 다시는 못보기가 쉽다.
더구나 묵은 책갈피에서 자신도 깜빡 잊은 비상금을 발견하는 뜻밖의 행운을 놓칠 수도 있다.노곤해진 몸을 잠시 쉬면서 빼어든 한권의 책에서도 일생을 바꿀 문장은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 또한 늘 내일로 이사가는 존재들이다.손목에서 째깍거리는 시계바늘 소리는 우리 몸을 조금씩 조금씩 내일로 데리고 간다.새롭게 다가오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한마디로 요약할 수는 없겠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미래사회는 정보의 힘이 세계를지배한다는 점이다.그리고 그 힘의 요체는 다름아닌 책에서 나온다.
고려말 국가적 위기가 닥쳐오자 팔만대장경을 새김으로써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국난을 물리쳤다 한다.지금의 우리 또한 언제 끝날지 모를 고통의 입구에 서 있다.8만자의 대장경을 오자 하나 없이 정성들여 새김으로 써어려움을 이겨나갔듯 한자 한자를 읽어내는 진중한 독서도 오늘의 우리가 이 위기를 이겨내는 방법이다.
청와대로 가는 새 대통령의 이삿짐 속에 들어 있는 2만권의 책을 보면서도 나는 이를 확인했다.그 가진 것에 비한다면 오히려 한없이 가벼울 손때 묻은 책을 생각하자 무거운 내 마음도 잠시 가벼워졌다.
1998-02-2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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