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현성당 방화/임영숙 논설위원(외언내언)

약현성당 방화/임영숙 논설위원(외언내언)

임영숙 기자 기자
입력 1998-02-13 00:00
수정 1998-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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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 종교의 백화점’으로 불린다.유교·불교·그리스도교 등 기성종교를 비롯해 신흥종교들이 흡사 세계 종교의 전시장이라 할 정도로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종교사회연구원이 발간하는 ‘종교연감’97년판은 한국의 종교를 총 225개로 꼽는다.그러나 문화체육부 종무실이 파악하고 있는 국내 종교는 불교 39개 종단,개신교 168개 종단,민족종교 21개 종단 등 233개나 된다.그런가 하면 원광대 종교문제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한국 신종교 실태 조사보고서’는 신종교만 350개나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끊임없이 새 종단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바람에 정확한 종교통계를 내기 어려울 정도로 우리사회는 다종교 상황에 있다.

종교의 다원화는 한국 사회뿐 아니라 대부분의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대적 경향이다.카톨릭이 지난 60년대 열린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다른 종교의 교리도 거짓없는 존경으로 살펴보고 다른 종교를 믿는 사람들과도 대화하고 서로 협조할 것”을 천명한 것은 다종교 사회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었다.김수환 추기경이 지난해 12월 송광사 서울분원 길상사 개원식에 참석한 것은 이 공의회 정신의 실천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다종교 사회에서는 화합과 일치보다는 분열과 대립이 노출되기 쉽다.종교적 신앙은 절대성을 띠기 때문이다.한국사회에 수백가지 종교들이 공존하면서 서로 양적 성장을 도모하고 경쟁하는 한 각 종교의 절대적 신념체계들이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광신적 신자들이 흔히 그 충돌의 선봉에 선다.불교도가 95% 이상인 태국에서 한국의 어느 종교인들이 몇년전 불상을 파괴해서 구속된 것이 그 한 예다.

지금도 ‘부처님 오신 날’ 무렵이면 국내 사찰들은 연쇄방화 사건에 휩싸여 귀중한 불교문화재가 훼손되는 수난을 겪곤 한다.고종 29년에 세워져 사적 252호로 지정된 서울 약현성당의 11일 화재도 광신적 종교인의 방화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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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종교 사회에서 자신이 믿는 종교에만 절대적 가치를 부여하고 타 종교를 무조건 배척한다면 그 사회는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종교적 대립과 갈등이 한 국가를 내전상태로 몰아가 파멸에 이르게 하는 경우가 지금도 지구 한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형편이다.한국의 종교지도자들은 이 점을 각별히 유념하여 신도들을 올바로 이끌어야 할 것이다.
1998-02-13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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