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제주의자의 허실/곽태헌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시장경제주의자의 허실/곽태헌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1998-02-12 00:00
수정 1998-02-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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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5일 현 정부의 경제부문 구원투수로 나섰던 강경식 전 부총리는 철저한 시장경제주의자로 자처했다.그는 지난해 11월19일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경질될 때까지 시장원리를 바이블로 생각한 것처럼 비춰질 정도였다.시장경제를 유난히 강조했고 시장경제론의 신봉자로 불리기를 바랐다.

외부의 강연이 있을 때마다 거의 단골메뉴로 등장한 게 시장경제론이다.하지만 이러한 것 때문에 강 전 부총리의 시장경제론은 자칫 정부는 뒷 짐을 지고 있으면 되는 것으로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았다.지난해 금융시장이 더 혼란스럽게 된 원인 중 하나를 강 전 부총리의 지나친 시장원리 강조로 보는 시각이 재경원내에도 있을 정도다.가뜩이나 불안한 심리를 안정시키지 못하고 부채질 했다는 얘기다.정부가 부실한 대기업(그룹)을 지원하지 않고 부도낼 것이라는 ‘확신’을 널리 퍼지게 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시장경제론은 경제학적인 뜻으로 한계 이익이 한계 비용보다 많은 선택을 하고 시장기능이 제대로 발휘될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하는것을 의미한다.정부가 팔장만 끼고 있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정부가 팔장만 끼고 있으면 무정부 상태일 것이다.시장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에는 정부가 당연히 나서는 것까지도 시장경제론이다.

김대중 정부의 초대 경제수석으로 내정된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도 시장경제주의자라는 점을 무척 강조하고 있다.그는 시장경제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진정한 민주주의 정부란 규제와 보호가 없어야 한다.그 동안은 정부가 시장개입을 많이 해 경제가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했다.이번 위기극복도 정부가 규제를 풀고 시장에 맡기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같은 민주사회에 통제경제주의자라고 말할 경제학자나 경제관료는 거의 없다.경제학자나 관료가 시장경제 신봉자라고 말하는 것은 정치학자가 자유민주주의 신봉자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민주사회라면 너무나 당연히 지향해야 할 시장경제를 지나치게 강조했을때의 부작용이 새 정부 때에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1998-02-12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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