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퍼 게이트’란걸 지켜봐 오면서(박갑천 칼럼)

‘지퍼 게이트’란걸 지켜봐 오면서(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8-02-11 00:00
수정 1998-02-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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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토와 억조창생이 다 전하의 것이옵니다…”. 사극같은데서 가끔 듣는 대사다.국토와 백성이 임금인 당신의 것이라는 뜻이다.그랬으니 후궁을 맛맛으로 두는 따위 엽색취향도 소유권 행사 정도였다고나 할 것인가.그런 가운데서도 조선 성종의 경우는 미소를 머금게 하는 일화를 남긴다.차천로의 <오산설림초고> 등이 말하는 것처럼 성종은 영흥 기생 소춘풍을 총애했다.성종은 정사도 잘했지만 주색도 밝혔기에 “낮에는 요순 밤에는 걸주”(주요순야걸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어느날 소춘풍은 부름을 받고 궁중에 들어간다.그런데 여느때 같은 연회가 아니라 임금 혼자였고 천침 분부.하건만 딱하다.임금을 모시고 나면 그다음부턴 ‘남자’에 자유로울 수 없는게 그시대 여인네 신세 아니던가.그 이유를 들며 ‘감히’거절한다.임금은 “너야말로 인생의 군주”라면서 놓아주고 며칠후 미복차림으로 소춘풍한테 간다.‘임금과 신하’아닌 ‘한량과 계집’의 관계는 두번 있었다던가.들에 핀꽃의 ‘인권’을 존중한데에 성종의 살가운 멋이 있었다고 해두자.

그같은 바람기는 유독 임금만의 것은 아니다.영웅호걸 여색을 밝힌다 했지만 영웅호걸만의 것도 아니다.범인 또한 돈벌고 권세잡으면 생각하는게 주색이라지 않던가.아니,그걸 남성에 국한된다고 할 수만도 없다.여성도 힘이 생기면 달라지던 것.당나라 측천무후,신라 진성여왕,제정러시아 에카테리나(2세) 여제 등의 화려한 남성편력을 돌이켜 볼만하다.

불길이 한풀 가라앉은듯하지만 미국의 이른바 지퍼게이트라는걸 지켜 보면서 시대의 흐름을 느낄 수 있다.오늘의 미국은 옛날왕조에 비길 수 없는 대국.옛날 같으면 그런 ‘지구촌 황제’가 곁눈질한걸 가지고 누가 입방아 찧겠는가.한데도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현 대황제’는 휘청거렸다.이 문제를 지퍼게이트라 한다니까 생각나는 사람이 고 케네디 대통령.그의 바람기도 인구에 회자됐던 터이다.그가 명연설을 하고 나오자 누군가 첫바대기 그비결을 묻는다.“시집을 읽느냐,명연설집을 챙기느냐,옛정치가들 행적을 뒤지느냐”면서.“아니오.난 등단하기 전에 바지 지퍼가 잘 잠가졌나 어쨌나 확인하는 것뿐이라오”.절묘한 대답이었다.

우리나라서도 예로부터 삼부리 조심하라 했것다.어디 대통령뿐인가.범인도 지퍼(파스너) 그것 아뭏게나 여닫으면 큰 코 다치는법 아니던가.<칼럼니스트>

1998-02-1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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