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중퇴/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유치원 중퇴/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8-02-10 00:00
수정 1998-02-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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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사태와 관련된 수많은 사건중에서도 ‘유치원 중퇴생이 늘고 있다’는 기사는 우리의 우울증을 한층 심화시킨다.‘아빠회사가 부도났대요’‘엄마가 시골가서 살아야한대요’는 세상 변화의 소용돌이를 모르는 철없는 동심의 절규다.말귀를 알아듣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온갖 우주만물을 향해 ‘왜’라고 묻기를 멈추지않고 이 모든 궁금증을 풀기위해 유치원에 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유치원에 가면 친구도 사귀고 선생님도 만나고 노래도 배우면서 만물박사가 되는 줄로 안다.그동안 지나치게 과열되고 과장된 감이 있다고 하더라도 유치원은 아동과 사회와의 첫접촉이며 그들만의 천국이다.그래서 ‘킨더가르텐’은 ‘어린이 정원’이란 뜻이다.

실직가장이 늘어나고 가계가 빠듯해지자 많은 가정이 교육비부터 줄이자는 생각에서 유치원에 다니던 자녀를 휴학시키거나 취학을 포기하는 모양이다.서울 흑석동의 한 유치원은 원생 60명중 지난해말 15명이 중퇴했고 은평구에선 7세 졸업반 60명 가운데 이번에 졸업하는 학생이 19명에 불과하다고 했다.유치원 수업료는 대략 한달에 20만원선,지난해만해도 12월 첫 등록접수 전날 밤을 새워 줄을 섰다는 강남의 유명 유치원들도 아직까지 정원을 채우지 못한 상태다.전국 4천800여곳 중에서 500여곳이 신학기 개원을 못할 형편이고 더많은 유치원들이 문을 닫으리라는 예상이다.

‘성격은 세상풍파에 시달리면서 만들어진다’고 했듯이 유년시대의 버릇과 추억은 성격발달에 기본적인 바탕이 되고있다.그래서 유치원교육을 중시하고 유치원보내기에 모두가 급급해 있었다.그러나 전에는 집에서 엄마들이 노래를 가르치고 옛이야기 들려주며 ‘개구장이라도 좋다’고 용기를 심어주었다.마치 유치원이 대단한 곳이기나한듯 그곳에 못간다고 과장된 비관감을 아이들에게 보여선 안된다.유치원은 형편따라 갈수도 안갈수도 있는 여분의 과정일 뿐이다.이제는 아이들에게 유치원보다 더좋은 학교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도록 성숙을 가르칠 때다.2005년부터는 유치원 무상교육을 실시한다니 그때쯤이면 이모든 괴로움이 즐거운 추억이 될 것이다.

1998-02-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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