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정부의 자국은행 편들기/김재영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미 정부의 자국은행 편들기/김재영 워싱턴 특파원(오늘의 눈)

김재영 기자 기자
입력 1998-01-20 00:00
수정 1998-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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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금융위기의 중대고비가 될 뉴욕 국제채권단 협상이 코앞에 다가왔다.미국 은행이 주도하는 이 채권단은 한국정부에 이자를 두세배 더 물어야 빚을 장기로 전환해 주겠다며 야박하게 요구하는 중이다.유럽의 한 신문은 이같은 행태를 두고,실컷 때려준뒤 욕까지 퍼붓는 격이라고 비꼬았는데 다름아닌 미국 정부가 이를 옆에서 거들고 있는 인상이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지난해 크리스마스 전야에 G­7 등 13개국이 약속한 80억달러의 대한 조기지원이 뉴욕 채권단 협상과 맞물려 있음을 명백히 했다.

당시 선진국들의 이 지원을 미 언론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첫지원이 실패해서 나온 제2의 한국지원이라고 말했다.무엇보다 IMF뒤에 ‘꼭꼭’ 숨어 있던 미국이 일선에 나와 눈길을 끌었었다.곧이어 한국의 연말 단기채무가 문제될 때 미국정부가 국제 상업 투자 은행들을 ‘윽박 질러’ 연장해주도록 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이렇게 한국 ‘편’으로 여겨지던 미국정부였건만 돌연 서머스 부장관을 통해 “딴 생각 그만하고 국제채권단이 하자는대로 하라”는 충고를 던진 셈이다.이 충고에 대해 여러가지로 반박할 수 있지만 ‘윤리적 무책임론’과 연관해 따질 수 있다.

미 의회는 아시아 은행과 기업에 ‘무분별하게’ 돈을 빌려준 미국 등 해외 금융기관들이 IMF 금융지원으로 돈을 떼이지 않고 고스란히 되돌려 받는 것은 윤리적으로 큰 문제라며 이를 청문회에서 따질 계획이다.사실 돈을 빌린 아시아 국가는 실업증가 및 소득감소로,이 아시아의 주식과 환시장에 투자한 외국 투자자들은 시세폭락으로 각각 ‘뜨거운 맛’을 보고 있다.

이에 반해 문제의 아시아 국가에 달러로 돈을 빌려준 미국 은행 등 해외 금융기관들은 채무국들이 IMF구제자금으로 서둘러 달러빚을 갚음에 따라 고스란히 원리금을 건지고 있다.이들은 여기에 만족치 않고 단기 채무를 중장기로 바꿔주는 대가로 고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윤리적 무책임’ 비판에 유념해 본래 미국 정부는 이들 금융기관에 다소의 ‘손실’을 강요할 것으로 추측됐었다.그러나 서머스 부장관의 친금융기관 발언으로 이같은 추측은 오해임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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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은 커녕 한국으로부터 두세배의 이자를 거둬들이는 플러스 이익을 챙겨도 괜찮다는 것이다.
1998-01-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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