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차/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작은 차/이세기 사빈 논설위원(외언내언)

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8-01-05 00:00
수정 1998-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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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거쳐 유럽으로 오면 승용차의 사이즈가 확연하게 작아진 것을 알게 된다. 프랑스의 르노 프렝탕, 피아트의 팬더, 폴크스바겐의 폴로, 시트로앵2CV와 영국의 미니 등이 그렇다. 그중에서도 미니는 영국의 국민차로 우리의 티코처럼 앙증스럽게 작은 차다.미니뿐만 아니라 영국의 승용차는 1천㏄이하의 소형차가 전체 차량의 23%나 된다. 이에비해 우리의 승용차는 이례적으로 중형차 일색이다. 한때는 승용차의 크기가 신분의 상징인듯 성공의 두께를 점치기도 했다.호텔이나 고급식당에 가면 작은 차는 냉대를 받지만 중형이상의 고급차들은 도어맨이 뛰쳐나와 정중히 마중한다.그래서 10여평 소형 아파트에 살면서도 크고 번듯한 승용차를 선호하고 업자들은 신용과시, 대학교수는 체면을 위해, 호텔사우나에나 다니는 하릴없는 부인네들도 외제차를 타고 다녔다.그러나 자동차는 신분상승의 증표가 아닌,현대도시에서의 교통수단으로 정착되고 있다.

2천㏄급 중형승용차 대신 800㏄급 경승용차를 타면 연간 8백31만원이 절약된다는 자료가 나왔다. 환경부에따르면 전체 자가용 승용차 7백31만대의 4.9%에 불과한 경차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15%로 높이면 기름값만 연간 1억달러가 절감된다는 계산이다.외국에서는 차들이 점점 작아지고 있을때 우리의 차는 점점 더 대형화 추세로 나갔다.서울시가 경승용차 이용을 적극 권장하기 위해 내달부터 공영주차장 요금을 100% 면제하기로 한 것은 뒤늦게나마 잘한 일이다.중형차에 비해 배출가스와 소음공해 교통체증도 줄일 수 있다니 모든 것을 절약하지 않으면 안되는 우리의 현실에서 적절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중형차도 과분한 판에 대형차를 굴리고,남이 그랜저나 아카디아를 타면 볼보나 BMW를 탐내면서 뱁새가 황새를 흉내내던 철없던 시대는 지났다.우리의 허랑방탕과 외화내빈은 시급히 고치지 않으면 안될 고질이었다.IMF라는 매서운 한파 앞에 병폐의 허울을 훨훨 벗어 버리고 원래의 모습에서 한 발자국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다.

1998-01-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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