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등탄 꼴… 정신 잃지 않아야(박갑천 칼럼)

호랑이 등탄 꼴… 정신 잃지 않아야(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8-01-03 00:00
수정 1998-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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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는 범이라고도 한다.거기에 옛말이나 방언까지 따지면 이름은 더 많아진다. 어흥이(어린이말)·갈가지·갈웜·개호지·개호주·두루바리…따위.한자말은 뺀 토박이말들이다.그밖에 큰짐승·산영감·산주인·산어른· 코큰어른·칡쟁이… 같은 속칭으로 불리기도.하지만 많이 쓰이는건 역시 호랑이쪽이다.

그 ‘호랑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호랑’이라는 한자가 나온다.호랑이라는말은 그 한자에서 왔다는 뜻이다.그렇긴해도 ‘범호호’자 다음의 ‘이리랑랑’자가 아무래도 이상하다.그 한자뜻에 따를때 ‘호랑’은 ‘범과 이리’이지 ‘호랑이­범’만을 이르는건 아니지 않은가.

그래서 토박이말로 남아 내려오는 ‘(개)호주’‘(개)호지’에 주목하게 된다. ‘호지’나 ‘호주’는 ‘□­홀’이라는 뿌리말을 생각하게 하기때문이다.바로 그점에서‘□­홀’이 고어에서‘범’이었다고 하는 견해도 나온다.(서정범 <한국문화상징사전1>).‘ㄷ’과‘ㄹ’은 넘나드는 관계이므로‘홀­□­□­호지’로 될수 있다.이는‘으뜸’이며‘크다’는 뜻의‘’에서‘말­맏­맏이­마지’로 되는 것과도 같다.그‘홀’에‘앙이’라는 뒷가지(접미사)가 붙어서‘홀앙이­호랑이’로 되는 한편 ‘호지’는 또 그것대로 내려온다고 하겠다.

‘범’의‘ㅂ’은 옛날엔 입술가벼운소리(순경음:□)로 발음되었다.그래서[용비어천가](87장)에는‘□’으로 나온다.‘□’은‘ㅂ’과‘ㅇ’으로 소리가 갈린다.따라서<훈몽자회>에는‘갈웜호호’‘표웜표표’로‘웜’이고 다른 한편에서는‘범’으로 불려내려오고 있다.

하룻밤새 화살같이 천리를 달리고도 끄떡없다는 것이 호랑이저력.서양에서 호랑이를 tiger(영어·독어 등)또는 tigre(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라 하는데 이는‘빠른동물’이란뜻의 라틴어나 그리스어(tigris)에서 온다.그말은 또‘화살’을 뜻하는 페르시아어(tighri)에서 출발하고 있고.호랑이는 화살같이 달리기 때문이다.티그리스강도 빠른흐름에서 온 이름이라한다.

기호지세라는 말이 있다.호랑이를 타고있는 형세라는 뜻으로 중도에 그만둘 수 없음을 이른다.남들은 달리는 호랑이등에 올라탄 사람을 선인이라 했다지만(추사김정희의 편지)본인은‘죽을지경’이다.IMF한파속의 우리가 바로 그꼴.정신을 잃지않아야한다.화살같은 달림속에서 떨어지지 않기위해.호랑이해가 다가와 있다.<칼럼니스트>
1998-01-0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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