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구삭금’이란 말이 있다.“뭇 사람의 말은 쇠도 녹인다”는 뜻으로 말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일깨워 준다.말에 위력이 있기로는 단 한사람의 말도 마찬가지다.저만치 앞서가는 사람을 두고 저 뒤에 있는 사람이 혼잣말로,또는 맘속으로 원망하는 한마디를 하자마자,앞 사람이 마치 그 말을 들은 듯이 눈 흘기며 뒤돌아보기도 한다고 한다.이는 또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어떤 사람이 급전이 필요하다고 하도 사정하여 어머님(시어머니)이 제법 큰 돈을 빌려 주신 적이 있다.곧 돌려준다던 사람이 반 년이 넘도록 소식이없자,어머님은 사정이나 알아본다고 그 집을 찾아가셨다.대문을 들어서자 헛간에는 연탄이 가득 쌓여 있고 집도 이층으로 높였으며 못 듣던 피아노 소리까지 흘러나왔다.현관 앞에서 만난 그 집 주인은 형편이 어려워 줄 돈이 없다고 했다.어머님은 두말없이 이내 몸을 돌리셨다.
“한번 따지지 그러셨어요.”난 어머님이 그대로 돌아오신 걸 이해할 수 없었다.그쪽 살림이 궁하다면야 모를까 집안에 윤기가 돈다면 빚을 갚도록 요구해야 하는것이 아닌가.시동생들 등록금만 해도 얼만데…….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내 표정을 읽으신 듯 어머님은 말씀하셨다.
“얘야,따지자면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지?그러면 그 사람 역시 속이 언짢으니 무슨 말인들 못 하겠니?험한 말을 들으며 어찌 사느냐,자식 기르는 사람이…….”
어머님은 살림이 심히 쪼들릴 때에도 그 집을 다시 찾지 않으셨다.나는 어머님이 떼이신 돈을 쌀 몇 가마,등록금 몇 회분으로 계산해 가며 아쉬워했다.그러나 남이 무심코 던지는 험악한 말로 자식이 혹 잘못 될까 두려워,하고 싶으신 말도 꽁꽁 숨겨 놓고 사시는 어머님을 보며,이것 저것 헤아리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깨달았다.시동생들이 자기 몫을 다하며 사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듯싶다.
어떤 사람이 급전이 필요하다고 하도 사정하여 어머님(시어머니)이 제법 큰 돈을 빌려 주신 적이 있다.곧 돌려준다던 사람이 반 년이 넘도록 소식이없자,어머님은 사정이나 알아본다고 그 집을 찾아가셨다.대문을 들어서자 헛간에는 연탄이 가득 쌓여 있고 집도 이층으로 높였으며 못 듣던 피아노 소리까지 흘러나왔다.현관 앞에서 만난 그 집 주인은 형편이 어려워 줄 돈이 없다고 했다.어머님은 두말없이 이내 몸을 돌리셨다.
“한번 따지지 그러셨어요.”난 어머님이 그대로 돌아오신 걸 이해할 수 없었다.그쪽 살림이 궁하다면야 모를까 집안에 윤기가 돈다면 빚을 갚도록 요구해야 하는것이 아닌가.시동생들 등록금만 해도 얼만데…….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내 표정을 읽으신 듯 어머님은 말씀하셨다.
“얘야,따지자면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지?그러면 그 사람 역시 속이 언짢으니 무슨 말인들 못 하겠니?험한 말을 들으며 어찌 사느냐,자식 기르는 사람이…….”
어머님은 살림이 심히 쪼들릴 때에도 그 집을 다시 찾지 않으셨다.나는 어머님이 떼이신 돈을 쌀 몇 가마,등록금 몇 회분으로 계산해 가며 아쉬워했다.그러나 남이 무심코 던지는 험악한 말로 자식이 혹 잘못 될까 두려워,하고 싶으신 말도 꽁꽁 숨겨 놓고 사시는 어머님을 보며,이것 저것 헤아리는 일이 얼마나 부질없는가를 깨달았다.시동생들이 자기 몫을 다하며 사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듯싶다.
1997-12-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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