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아시아 최초 세계연극제 개최(’97문화계 결산)

연극/아시아 최초 세계연극제 개최(’97문화계 결산)

최병렬 기자 기자
입력 1997-12-24 00:00
수정 1997-12-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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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회오리속 연말 객석 썰렁

97년은 연극계가 구조조정에 내몰린 시련의 한 해이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공연예술의 세계화를 향해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인 해였다.

연극계는 아시아 최초로 세계연극제를 개최하는 등 어느 해보다 의욕을 안고 출발했지만 동시에 어느 해보다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저질연극 문제로 문을 연 연극계는 곧 이어 가시화하기 시작한 불황의 회오리에 맨 먼저 노출됐고 결국은 IMF(국제통화기금) 한파속에 객석은 말할 것도 없고 대학로거리 자체가 텅 비어버리는 최악의 상황속에서 한해를 맺음하게 됐다.

불황은 올 연극계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무엇보다 무대가 관객들의 취향에 영합하는 방향으로 획일화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정통극과 실험극은 쇠퇴하고 대신 뮤지컬과 악극,여성국극,마당놀이 등 감성적 요소가 강한 공연무대가 붐을 이뤘다.악극은 ‘울고넘는 박달재’가 연초 4만6천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1년내내 인기종목으로 곳곳의 무대를 장식했고 뮤지컬은 올해 연극계의 흥행기록 상위랭킹을 휩쓸다시피 했다.

이같은 관객취향 위주로의 변모는 또한 말의 언어 대신 몸의 언어를 살린넌 버벌 퍼포먼스(Non Verbal Perfomance)의 강세로도 나타나 호주의 ‘탭덕스’ 국내공연과 함께 ‘난타’,‘해피 투게더’ 등 넌 버벌 퍼포먼스의 국산화 시도로까지 이어졌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연극계에서는 관객의 저변 확대와 관객들의 수요에 대한 공연계의 공급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없지 않지만 정통연극의 쇠퇴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무대편중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불황의 여파로 대부분의 극단들이 흥행성이 입증된 재탕·삼탕 공연에 치중,창작무대가 빈곤을 겪은 점도 올 연극계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면서 동시에 과제로 떠오른 문제다.

하지만 많은 공연이 도중하차하는 극심한 불황속에서도 우수 작품에는 관객이 몰려 오히려 불황을 통해 저급 또는 아류들이 걸러지는 구조조정의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공연예술의 세계화 노력은 올해 우리 연극계가 얻은 가장 큰 소득.그 상징은 9월 초부터 10월15일까지 펼쳐진 세계연극제였다.절반뿐의 성공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았지만 이를 통해 우리 연극인들은 세계 연극의 흐름을 피부로 접하고 시야를 세계로 넓혔으며 관객과 무대의 거리도 좁힐 수 있었다.

세계화의 맥락에서 뮤지컬 ‘명성황후’의 뉴욕 진출도 올해의 대표적 성과로 꼽을 만하다.하지만 ‘명성황후’의 흥행성적은 또한 우리 뮤지컬과 세계무대 사이의 거리를 다시한번 확인하는 슬픈 현장체험이기도 했다.<최병열 기자>
1997-12-24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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