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들의 ‘공수거’교훈(사설)

할머니들의 ‘공수거’교훈(사설)

입력 1997-11-29 00:00
수정 1997-11-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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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두 할머니는 새삼 한국여인,아니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마음과 저력을 생각케 한다.그런 심성과 힘을 계속 간직하는 한,오늘의 경제위기도 조만간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힘차게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찬 믿음 또한 생긴다.나라가 부도난 어처구니없는 상황에서 분노와 허탈감으로 얼어붙은 시민들의 마음을 녹여준 두 할머니는 김영한(82)·김정실(71) 두분이다.

김영한 할머니는 최근 약 2백억원에 이르는 재산을 모두 국가에 기증하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하고 공증을 마친 것으로 밝혀졌다.조선권번의 기생으로 몸을 일으킨 김할머니는 지난해 1천억원대의 요정 대원각을 불교계에 기증해 화제를 모은바 있다.

한편 김정실 할머니는 47년간 삯바느질과 하숙을 치면서 모은 재산,즉 4억5천여만원대의 집과 땅을 가톨릭대학에 기증했다.사후 장기기증서약서도 작성했다 한다.

돈을 어떻게 써야하는지를 일깨워 준 두 할머니의 이야기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어렵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심심치않게 보도돼 왔다.그들은 ‘하늘 무서운 짓’을 해서는 안된다는 우리전래의 도덕률을 지켜온 사람들이다.쌀을 씻다가 허연 낱알 한톨 버리는 일도,굶는 이웃 옆에 두고 기름진 냄새 피우는 것도 하늘 무서운 일이라고 우리 조상들은 믿어 왔다.‘세상은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라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에 어렵게 모은 재산도 가장 깨끗하게 쓸 자리를 찾았다.

경제위기속에서도 과소비를 일삼는 이들이 아직도 많다 한다.우리 모두 천민자본주의의 절제없는 소비와 저속성에서 벗어나 할머니들이 간직해온 결곡한 생활태도를 다시 배워야겠다.이 경제난국을 극복하는 길도 거기서 찾을수 있을 것이다.

1997-11-2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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