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복들의 부동산투기(사설)

공복들의 부동산투기(사설)

입력 1997-11-12 00:00
수정 1997-1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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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파주시 교하면 일대가 택지개발지역으로 지정돼 땅값이 폭등하기 직전 공무원과 직계가족 410여명이 부동산투기를 했던 것으로 밝혀져 국민을 실망시키고 있다.특히 우리를 분노케 하는 것은 투기행위가 작금의 여러 어려운 상황,국가적 경제위기속에 자행됐다는 점이다.

공복이 업무 관련 정보를 빼돌려 사복을 채우는 행위는 국민을 배신하는 범죄다.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이번 무더기 부동산투기는 특히 죄질이 나쁘다고 할 수 있다.우리경제가 금융불안과 외환위기로 엄청난 어려움에 처해있는 가운데 저질러졌을 뿐 아니라 자칫 부동산투기 바람이 일어날 경우 경제회생이 불가능해질 것이라는 심각한 우려속에 자행된 행위기 때문이다.부동산투기를 앞장서 막아야 할 공무원이 투기바람을 일으키고 지역주민에게 돌아갈 이익을 가로챘다면 엄벌해야 마땅할 것이다.

그러잖아도 공무원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못한 실정이다.정치적 과도기에 공직기강은 극도로 해이되고 공무원들은 보신주의와 무사안일에 빠져 맡은바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중견 공직자의 안방 장롱에서 1억5천만원의 현찰 뭉치가 쏟아져나오는 사건이 터지지 않나,구청에 낸 자동차세가 수억원씩 증발하는등 크고작은 독직사건이 끊이지 않는 현실이다.

지금 기업과 국민은 어려운 경제의 되살릴 길을 찾느라 노심초사하고 있다.그런데 소수일 망정 공복들이 딴청이나 부리고 사복을 채울 궁리만 해서야 말이 되는가.물론 이들의 투기를 적발해낸 것도 공무원이고 성실하게 제 몫을 하는 공직자가 더 많음을 모르는 바 아니다.그러나 정치적 격변기,경제적 위기가 겹친 이 어려운 상황을 타개해 나가는데 공무원들의 책임이 그 어느때보다 막중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모든 공무원들은 서로 격려해가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위기극복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

1997-11-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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