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향수(외언내언)

우리 향수(외언내언)

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7-10-26 00:00
수정 1997-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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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향수들은 의상디자이너들이 만든 랑뱅의 아르페지,파투의 조이,코코 샤넬의 샤넬 No5 등이 아직도 향수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가장 양질의 장미유 1파운드(450g)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1백22만 5천송이의 장미가 필요하다.또한 약 1의 순수한 자스민 오일을 뽑으려면 790㎏의 꽃더미가 소요된다.언제부턴가 향수는 패션을 완성시켜 준다는 의미에서 ‘제4의 패션’으로 군림하게 되었고 뭇 선남선녀들은 향수사용을 ‘액체 다이아몬드’로서 선호하게 되었다.화장기없이 갓 세수한 모습이 신선하다는 표현은 옛말이 돼버렸다.

이제 향수는 독특한 개성과 특성의 표현이다.어떤 이들은 장미향기만을,어떤 사람은 라일락향기를 우기기도 하지만 그것도 발전되어 여름에는 상쾌하고 시원한 향을,겨울에는 포근하고 달콤한 향을,파티장소에서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아쿠아 디 지오’나 화가 살바도르 달리의 ‘달리시므’,크리스천 디오르의 ‘탕드르 프와종’을 선택하고 날씨가 차가워지자 랭커스터 그룹의 ‘니코스’를 찾고 있다.청소년들은 지방시의 ‘프티상봉’ 향수주머니를 차고 다니는가 하면 나만의 향을 갖기 위한 ‘맞춤 향수’도 있다.

우리도 우리만의 고유향기가 있어왔다.우리의 향은 일찍이 매화의 그윽한 암향이며 이른 새벽 연못에서 전해져오는 연꽃의 문향,안방 문갑에 올려놓은 난초향과 국화 창포 원추리의 꽃이나 꽃대를 말려 베갯속에 넣는 침향 등이 그것이다.지난 94년,제주의 감귤꽃과 유채꽃에서 추출한 향수가 국내 향수 1호로 등장하긴 했지만 이는 차별화 전략으로 제주에서만 판매된 상태다.이번에 전남 구례군이 지리산의 야생화중 가장 향기가 좋은 옥잠화와 원추리꽃 등에서 향기를 뽑아낸 향수를 개발,우리만의 한국적인 향기를 맡을수 있게 됐다니 여간 반갑지 않다.국내화장품시장은 수입품을 포함해서 연간 1천2백억원 규모.그중에서 국산 향수는 5백50억원을 차지한다지만 미국에서의 연간 10억달러에 비하면 턱없는 숫자다.외국향수들의 진하고 야한 향기를 뚫고 풀숲사이에 핀 야생화같은 향기로 전세계 시장을 구석구석 장악하고 차제에 요즘의 혼탁한 우리 세태에도 싱그러운향기를 뿜어줬으면 좋겠다.<이세기 사빈논설위원>

1997-10-26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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