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도의 ‘선동취적도’(한국인의 얼굴:118)

김홍도의 ‘선동취적도’(한국인의 얼굴:118)

황규호 기자 기자
입력 1997-10-25 00:00
수정 1997-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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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없이 해맑은 소년신선 피리부는 모습 화폭 담아

단원 김홍도는 여러 신선을 그리면서 나이 어린 신선도 화폭에 담아냈다.소년 신선이 피리를 부는 ‘선동취적도’가 그것이다.어떤 신선인지는 불분명하나 소년티가 역력한 신선은 혼자서 피리를 분다.그 유명한 서양화가 E 마네의 1866년 작품 ‘피리부는 소년’보다 한 세기 가까이 앞선 그림이다.그럼에도 ‘선동취적도’는 마네의 작품처럼 예사롭지도 않을 뿐더러 심오한 모티브를 함축하고 있다.

소년신선의 얼굴은 달덩이 만큼 둥글다.하관이 부풀어 더욱 둥근얼굴이다.피리를 부느라 붉은 입술을 한껏 오므려 귀여운데,입속으로 바람을 잡았다.그래서 볼이 부풀어 오른 모양이다.그린 것마냥 또렷한 눈썹에서 한참을 내려온 눈이 총명스럽게 빛난다.그리 크지는 않은 눈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콧날이 길게는 내려왔으나 유순하게 마감되었다.소년신선은 일찍 자기인상을 잡아놓은 것이다.

이마가 넓다.비록 어리기는 하나 도량도 넓을 법하다.쌍뿔머리를 틀고 남은 머리카락으로 넓은 이마를 약간가려놓았다.그리고 소담한 귀를 좀 덮어놓은 머리카락이 귀밑으로 흘러내렸다.쌍뿔머리를 누군가가 댕기로 동여매어 주었다.그래서 헤어스타일이 독특한 소년신선은 얼핏 불가의 동자같기도 하다.그러나 차림새 행색자체가 사뭇 선풍이다.

얼굴이 티없이 해맑은 소년신선은 가랑이가 치렁치렁 내려와 짚신속 발등에 와닿는 긴 바지를 입었다.오른쪽으로 옷섶을 여민 우임의 두루마기 위에 학날개 같은 덧옷을 걸치고는 춤 낮은 대바구니를 메었다.불로장생 먹거리 영지며 솔잎이 바구니에 들었다.어깨너머로 삐죽 고개를 내민 붉은 호리병도 보인다.‘군선도’에 나오는 주량 큰 신선 이철괴가 술 생각이 더 나서 들여다 보았던 그런 호리병이다.

소년신선이 불고있는 악기는 세로로 부는 피리다.세로로 부는 피리를 꼽자면 소,적,통소,단소 등이 있다.이 ‘선동취적도’의 피리는 흔히 퉁수라고도 부르는 통소가 아닌가 한다.통소는 관대의 밑이 막히지 않은 관악기다.이 그림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단원의 또다른 ‘선동취적도’(1779년 작품)에 써넣은 글을보면 ‘옥을 뚫어 아홉구멍을 냈으니…’라는 구절이 나온다.조선시대 음악교본인 ‘악학궤범’에서 소를 설명한 내용과 일치하는 대목인 것이다.〈황규호기자〉
1997-10-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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