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박지원 지음(화제의 책)

그렇다면 도로 눈을 감고 가시오/박지원 지음(화제의 책)

입력 1997-10-14 00:00
수정 1997-10-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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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조 실학사상·대문장가 연암 산문집

조선 정조때의 실학사상가이자 대문장가인 연암 박지원의 산문집.한 시대의 인문정신은 운문보다 산문에 의해 구현된다는 말이 있다.정통 한문학의 주류를 이루는 연암의 산문에는 18세기 중세 조선의 어둠을 밝힌 한 지식인의 고뇌가 그대로 녹아 있다.책의 제목인 ‘그렇다면 도로…’라는 구절은 연암의 산문 중에서 따온 말이다.연암은 눈을 떠 앞을 볼 수 있게 된 소경에게 “눈을 도로 감으라,그러면 너의 집을 찾아갈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이 역설적인 말의 참뜻은 무엇일까.거짓된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눈뜬 소경’이 되기 보다는 차라리 마음의 눈을 크게 뜨는 것이 현실인식에 도움이 된다는 충고일 것이다.고도의 상징과 비유로 가득찬 연암의 산문에는 인식론에 관한 철학적 오의가 담겨 있다.

시대현실에 맞는 학문과 문학을 주장한 연암은 그의 산문 ‘공작관문고’ 자서에서 ‘글을 짓는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한다.“말할 만한 것이라면 깨진 기와와 자갈 부스러기인들 내버릴 것이 무엇인가.그러므로 도올이란 문자는 흉악한 짐승 이름이지만 초나라 역사책 이름으로 빌려 썼고,사마천이나 반고 같은 유명한 역사가도 사람을 때려 죽이고 무덤을 파헤치는 흉악한 도적의 사적을 서술했다.글을 짓는 사람은 오직 진실해야할 뿐이다” 연암의 독서론도 주목할만한 대목.그는 백가의 서적을 넘나들고 경전을 고거해 자신의 학문을 깊게해도 공명심과 사적인 이익에 급급해 자신의 욕심을 이기지 못한다면,그런 사람에게는 독서는 한갓 해독을 끼치는 행위일 뿐이라고 말한다.김혈조 옮김,학고재,9천원.<김종면 기자>

1997-10-1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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