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배영화(외언내언)

직배영화(외언내언)

이세기 기자 기자
입력 1997-10-05 00:00
수정 1997-10-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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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8년 최초의 미국 직배영화인 ‘위험한 정사’를 국내 개봉관에 내걸었을때 온갖 루머와 안개속에 진행되어온 한국영화시장에 대한 미국영화자본의 침투는 현실화됐다.한국과 미국간의 영화전쟁이 오랜 탐색전을 끝내고 전면전으로 확대되는 마당이었으나 한국 영화계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채 ‘할리우드의 거대한 자본유입’이 충무로식 영화제작 구조를 개혁시켜 주리라는 장밋빛 환상에만 빠져있었다.

직배가 시작된지 6년만인 지난 94년에는 전국 350여개 개봉관중 유일하게 직배영화를 거부해오던 피카디리극장이 ‘아빠와 한판승부’를 내걸면서 한국의 모든 개봉관은 직배사에 함락당했다.직배영화의 흥행은 날이 갈수록 위세를 떨치는 반면 한국영화는 설자리를 잃고 뒷전으로 물러나는 수모를 겪었다.

영화진흥공사가 최근 국회 문체공보위에 제출한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미국 직배영화는 올들어 지난 8월까지 33편이 전국극장에서 상영되어 1천2백6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한햇동안 본사에 송금한 로열티만도 2백62억원으로 95년에 비해 32% 증가했다.여기 비하면 한국영화는 같은 기간에 38편이 개봉돼 2백2만7천명의 관객을 동원했다.편당 평균 5만3천명꼴로 지난해 55편에 비해 상영편수도 대폭 줄어든 반면 흥행에서는 40년만의 최악의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영화가 할리우드에 철저히 종속되어버린 것 아니냐는 문화적 비관주의는 받아들일수 없다.우리의 자존심은 미국영화라고 해서 덮어놓고 입장료를 지불할 정도는 아니다.또 할리우드의 기라성같은 메이저영화사작품이라고 해서 작품성확인의 절차를 생략하지도 않는다.다만 우리 영화도 예술성 흥행성 문예성면에서 결코 세계영화에 뒤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할리우드 영화처럼 흉내낼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특성을 갖춰야 할 것이다.직배영화에 쫓겨다닐 것이 아니라 미국시장을 뚫고 들어가 할리우드영화를 보기좋게 함락시킬수 있다는 자신감이 필요하다.홍콩영화의 주인은 홍콩인들이 시장의 80%를 차지하고 할리우드영화는 미국관객이 90%차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우리는 우리영화를 스스로 비하시키고 너무 외면해온 것이나 아닌가 한번쯤 되돌아볼 시점이다.<이세기 사빈논설위원>

1997-10-05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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