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서 주한 외국대사관에 형사사건 증거자료 첫 요청

법원서 주한 외국대사관에 형사사건 증거자료 첫 요청

김상연 기자 기자
입력 1997-08-16 00:00
수정 1997-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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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보재판부,권노갑씨 공소사실 확인위해/일 대사관에 만찬 당일 차량출입기록 요구

법원이 국내 사법사상 최초로 치외법권이 있는 주한 외국대사관에 형사 재판의 증거 자료를 제출해 주도록 요청했다.

한보사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황인행 부장판사)는 14일 권노갑 피고인이 96년 10월7일 하오 정재철피고인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검찰의 공소사실과 관련,“권피고인이 당시 일본 대사관 만찬에 참석했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일본대사관의 차량 출입기록 등을 증거로 채택해 달라”며 낸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진실 규명에 가능한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지금까지 민사 재판에서 외국대사관에 증거자료를 요구했다가 거부된 적은 있었으나 형사재판에서 요구하는 것은 처음이다.

법원행정처는 국가간 마찰이 일어날 수도 있는 문제라는 점을 감안,‘국제형사사법공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외무부를 통해 기록 제출을 요청할 방침이다.사법공조체제가 확립되지 않은 일본 대사관이 우리의 요청을 받아들이면 사법관계 개선에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전망이다.

권피고인측의 이석형 변호사는 “형사재판은 민사와 달리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가 좌우되는 만큼 일본 대사관이 협조해줄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대사관측이 자료제출을 거부하더라도 외교관은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에 따라 강제권을 발동할 수는 없다.

1심 재판부는 정재철 피고인의 진술을 인정,권피고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었다.<김상연 기자>
1997-08-1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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