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죽이기’는‘정부 죽이기’/곽태헌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기아 죽이기’는‘정부 죽이기’/곽태헌 경제부 기자(오늘의 눈)

곽태헌 기자 기자
입력 1997-08-15 00:00
수정 1997-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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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죽이기’라는 영화도 있지만 ‘죽이기’라는 말의 어감은 별로다.좋지도 않은 이 말이 ‘기아사태’이후 유행어가 되고 있다.정부가 시나리오를 갖고 ‘기아 죽이기’에 나섰다는게 요지다.정부가 기아죽이기에 나섰다는 증거는 없지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기아 죽이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정부 죽이기’에 다름 아니다.정부가 음모나 시나리오,각본 등이 없는데도 공연히 ‘기아죽이기’의 죄명을 뒤짚어쓰는 피해자일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기업결합 심사기준 결정을 유보하기로 결정한 것도 ‘정부 죽이기’와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공정위는 기아그룹이 부도유예협약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심사기준을 바꾸려 했고 기아그룹을 포함한 10대그룹에 자문까지 구한 상태였다.하지만 일부 언론과 재벌들의 ‘오해’로 결정을 늦추게 됐다.

그렇다고 공정위가 전혀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다.자신들이 순수하고 결백한 것과는 별개로 기아사태가 터진뒤 요즘처럼 미묘한 때에 예정대로 추진하기로 한 것은 그리 잘한 선택이 아니었다.좋게보면 순진한 것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서투르고 경솔한 결정이 됐다.정부의 시나리오가 있다고 믿는 쪽도 있고,또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 상황에서는 오해살 일은 하지 않는게 현명하다.

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지난 4일 아침 김인호 청와대 경제수석과 유시렬 제일은행장 김영태 산업은행 총재와 만난 것도 마찬가지다.그날 하오에 열리는 기아그룹 채권단 회의를 앞두고 느닷없이 4자회담을 가져 정부가 개입한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도 현명한 선택보다는 악수였다.

정부가 하는게 순수하고 각본이 없다고 해도 ‘기아사태’처럼 미묘한 사건에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일은 하지 않는게 좋다.‘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관을 고쳐쓰지 않는다’는 옛말을 새겨볼 만하다.‘기아죽이기’나 ‘정부죽이기’나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1997-08-1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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