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법정’에 선 교수와 여 제자/김상연 사회부 기자(현장)

‘성희롱 법정’에 선 교수와 여 제자/김상연 사회부 기자(현장)

김상연 기자 기자
입력 1997-08-14 00:00
수정 1997-08-14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피해 대학원생,‘스승의 행실’ 낱낱이 폭로

“94년 4월 마산으로 식물채집 하러 가는 승용차안에서 교수님께서 성적인 농담과 함께 제 허벅지를 꼬집고 젖가슴을 만지면서 ‘왜 이렇게 옷을 두껍게 입고 왔니’라고 했어요”

13일 하오 3시 서울지법 523호 법정.

정모씨(34·여·서울대 약대 대학원생)는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 있는 억양에 다소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구양모 피고인(50·전 서울대 약대 교수)의 성추행 상황을 침착하게 설명해 내려갔다

정씨는 자신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 혐의로 구속기소된 구피고인이 법정에 앉은뒤 방청석에서 증인석으로 걸어나가는 동안 피고인석으로 단 1차례 눈길도 주지 않았다.

160㎝가 채 안되는 키에 하얀 투피스 차림의 정씨는 어깨 정도 오는 생머리를 뒤로 묶어 내린 비교적 수수한 모습이었다.

정씨는 한때 스승이었던 구피고인을 가리켜 “교수님께서…”라며 깍듯이 존칭을 붙였지만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주저함이 없이 또박또박 설명했다.정씨의 증언이 곤혹스러운듯 구피고인은자세를 자주 고쳐 앉는 등 안절부절 못했다.

정씨는 “교수님이 언젠가는 여학생들과 잔디밭을 지나가면서 ‘우리 한번 여기서 뒹굴어볼까’라고 할 정도로 평소 지나친 농담을 자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3년이 지난뒤에야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공개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는 우조교 사건으로 시끄러울때였는데 사람들이 우조교 행실에도 문제가 있었던게 아니냐는 말을 해 털어놓기가 두려웠다”고 말했다.

정씨는 마지막으로 “저와 후배들에게 한 행동을 반성하시지 않는한 교수님을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그러나 구피고인은 정씨가 증언하는 동안 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1997-08-14 2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