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기업/아리 드 게우스 저(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살아있는 기업/아리 드 게우스 저(미래를 보는 세계의 눈)

김재영 기자 기자
입력 1997-08-04 00:00
수정 1997-08-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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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생물… 진화해야 산다/기계처럼 이윤에만 매달리면 장수못해

기업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출현한 여러 제도·기관 가운데 막내둥이라 할 수 있다.그러나 이 막내둥이는 이제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또 서민의 자잘한 삶에서든 국가의 큰 틀에서든,결코 빼놓을수 없는 중추 요소다.서양에서도 기업의 역사는 500년을 거슬러 올라가지 못하는데 이는 인간문명의 거대한 시간표에서 보면 아주 미소한 단편에 지나지 않는다.이 짧은 기간동안 믈질적 부의 생산자로서 기업은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기업이 없었더라면 어떻게 폭발적으로 급증한 세계인구에 문명 생활을 가능케 하는 재화와 용역을 계속적으로 대줄수 있었을런지 전연 감잡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기업의 역사보다 더 짧은 것이 기업의 수명이다.전세계적으로 기업은 ‘일찍 죽는’ 것이 보편화되어 있다.그래서 사람들도 은연중 기업하면 백에 아흔아홉은 얼마 못가 사라지는 것이려니 한다.또 이처럼 엄혹한 적자생존의 망을 통해 휼륭한 기업이 걸려져야 경제와 나라가 발전한다고 생각하고있다.즉 기업의 ‘조사’현상은 당연하다는 것으로,이는 교회나 학교나 군대 등 문명의 다른 기관과 대비되는 관점이다.제대로 크기 전에 사라지는 것이 보통인 만큼 어떻게 하면 살아남는 기업이 되느냐에 관한 이론과 책이 부지기수로 쏟아진다.

○인간보다 짧은 기업수명

아리 드 게우스(Arie de Geus)의 ‘살아있는 기업’(The Living Company)은 ‘사나운 기업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습관’이란 부제가 붙어있다.그래서 흔한 기업 적자생존의 지침서인 것은 틀림없지만,하바드 경영대학원 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상당히 색다른 기업경영 저술로 평가받는다.어떻게 하면 다른 기업을 제치고 살아남을수 있느냐에 관한 조언이 아니라,모든 기업이 살아남을수 있음에도 나쁜 습관 때문에 일찍 없어져 버리는 것을 애석해 하고 있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안에 드는 큰 기업인 로얄 더치 쉘의 그룹 전체 기획업무를 총괄했던 게우스는 한마디로 기업이 ‘살아있는’ 생물체를 닮으면 살아 남는다고 말한다.여기에서 책제목의 ‘살아있는’이 나왔다.일찍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다는 단순한 뜻이 아니라 생물같은 기업이란 뜻의 제목인 것이다.이같은 ‘기업 유기체’,‘기업 생물학’ 이론을 펴는 저자는 그러면 외형으론 살아있지만 장수하지 못하고 곧 사라질 기업이 갖고있는 나쁜 습관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놀랍게도 기계처럼 이윤 제조에만 골몰하는 것이라고 말한다.이같은 ‘경제적 기업’은 기계이지 생물이 아니기 때문에 ‘살아있지’ 않으며 궁극적으로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이다.살아있는 기업은 생물처럼 긴 세월을 버텨내 잔존하고,계속되는 공동체로서 자신을 영구화하는 것이 제일의 목적이다.기계같은 기업과 생물같은 기업의 차이점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진화론을 물론 생태학·인지 심리학·동물행태학·면역학 등의 개념을 차용한다.생물처럼 살아있는 기업은 단순한 경제적 기업보다 보다 빨리 자신의 환경에 대해 배우고 이에 적응해 잔존의 가능성을 개선시킨다는 것이다.장수 기업들은 생물의 종처럼 진화해 살아 남았다고 본다.

○일·유럽 평균수명 12.5년

포츈 선정 500대 기업이나 유수한 다국적기업의 평균수명은 40년내지 50년에 지나지 않는다.일본이나 유럽의 평균기업 수명은 단 12.5년에 불과하고 1970년에 미국에서 500위안에 들던 기업도 1983년에 이르면 그중 3분의 1이 인수·합병·분리 등으로 사라지고 없는 판국이다.인간의 평균수명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데 저자는 이같은 조사를 일반인들 처럼 당연시하지 않고 ‘눈에 확 띄는 실패’로 여긴다.그리고 이로헤서 거대한 잠재력이 허비되어 버렸다고 애석해 한다.

지금까지 700년 넘게 잔존하는 스웨덴의 스토라,400년 역사의 일본 스미토모 등 세계적인 크기의 기업으로 100년이 넘는 기업은 40개 정도된다.저자는 “경영자들이 재화와 용역 생산의 경제적 활동에만 포커스를 맞출뿐 자기 조직의 진정한 본성이 인간들의 공동체와 같다는 것을 망각해 버렸기 때문에 기업은 망한다“고 말한다.장수기업을 분석할 결과 주주들에게 좋은 투자수익을 돌려주는 것은 기업의 장수와 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이윤은 기업이 건강하다는 징후가 될 뿐이지 예고지표나 결정인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정체성·응집력 키워줘야

저자는 돈버는 기계가 아니라 긴 세월동안 종을 유지해온 생물체와 같은 살아있는 기업은 환경에 민감하고,강한 자기 정체성의 응집력을 가지며,소속원들이 두려움없이 뭔가를 실험해볼수 있는 관용적 분위기와 탈 중앙집중성,보수적인 재정운용 등의 특징을 공유한다고 지적한다.이런 추상적 덕목을 진화·면역 등 생물학 개념으로 상설하고 있는 이 책은,단순히 생물학 용어를 차용한 선에 그치지 않고 기계의 이미지가 강한 기업을 살아있는 생명체로 한결같이 다루고 있다.

215쪽.하바드대 경영대학원 출판사 24.95달러<워싱턴=김재영 특파원>
1997-08-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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