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애틋한 ‘개사랑’/서울 관악구 이영봉씨

폭염속 애틋한 ‘개사랑’/서울 관악구 이영봉씨

김경운 기자 기자
입력 1997-07-28 00:00
수정 1997-07-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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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인제서 차에 친후 2개월간 간호/기운 되찾은후 수소문끝 주인에 돌려줘

중복인 27일 서울 관악구 봉천11동 이영봉씨(43·장식업)의 애틋한 ‘개 사랑’이 무더위를 씻어주고 있다.

이씨는 지난 4월 중순 새벽 사업차 승용차를 몰고 강원도 속초에 가다 인제에서 길가던 개 한마리를 치었다.키가 80㎝나 되는 검은 개가 다리와 턱을 심하게 다쳤다.핸드폰으로 119를 불러 근처 병원에서 응급조치를 하고 소방서에 뒷일을 부탁한 뒤 속초로 향했다.귀로에 다시 소방서에 들러 개를 살펴보았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매일 전화를 걸어 상태를 물었다.

1주일쯤 지나 “상처가 악화됐다”는 말을 듣고는 봉고차를 빌려 개를 서울의 집으로 데려와 전문병원에 입원시켰다.네살박이 검둥이에게 ‘업둥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내와 두 자녀가 두달간 정성껏 보살피자 생기를 되찾았다.셰퍼드와 진도개의 혼혈인 업둥이와 가족들 간에 정이 깊어갔다.

그러나 이씨의 머리속에는 ‘개주인을 찾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6월말 이씨는 인제로가 사고지점 인근에서 수소문 끝에 주인김모씨를 찾았다.이씨가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자 김씨는 “정성이 오히려 고맙다”며 “업둥이를 잘 키워달라”고 부탁했다.오소리 등을 잡는 사냥개인 업둥이의 암컷이 임신중이라는 사실도 들었다.

두 집안은 이후 친분이 두터워지고 왕래도 잦아졌다.그러나 고향 집을 한번 다녀온 업둥이는 왠지 풀이 죽어 밥도 잘 먹지 않았다.

마침내 이씨는 업둥이를 돌려보내기로 결정했다.초복인 지난 17일 업둥이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고 8마리 강아지의 가장이 되었다.

이씨 가족들은 27일에도 업둥이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왔다.<김경운 기자>
1997-07-2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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