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신성인” 고교생의 장례식/조승진 전국부 기자(현장)

“살신성인” 고교생의 장례식/조승진 전국부 기자(현장)

조승진 기자 기자
입력 1997-07-24 00:00
수정 1997-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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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구하고 숨진 숭고함에 눈시울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은 너희들을 시샘도 했지만 오늘 너희들의 고귀한 모습을 보니 부끄럽기만 하구나”

23일 전주시 완산구 중노송동 전주고 교정.이틀전 부안군 변산해수욕장에서 타고 놀던 보트가 뒤집혀 바다에 빠진 어린이 10여명을 구한뒤 숨진 전주고 1년 신준섭(17) 정인성(17) 장만기군(16) 등 3명의 합동영결식장에서 학생대표 오준영군(16)의 조사는 흐느낌으로 중간중간 끊어졌다.

같은 반 친구들로 교내 동아리 나매불 회원인 이들은 모두 반에서 5등안에 드는 모범생들.변산해수욕장의 여름수련회에 참가한 신군 등은 백사장에서 축구를 하다 ‘살려달라’는 비명을 듣고 주저없이 바닷물에 뛰어들었다가 10여명의 어린이를 구한뒤 힘이 부쳐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친구들은 체격도 적고 수영도 제대로 못했습니다.어린이들을 구하고자 하는 일념이 없었다면 물에 뛰어들 엄두도 못냈을 겁니다”

같은 반 이승재군의 말은 사랑하는 아들들을 잃은 부모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했다.

헌화,분향에 이어 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는 전주고 오근양 교감 등 각계의 추도사가 뒤를 이었고,김영삼 대통령도 위로편지를 보내 애도했다.

영결식이 끝나고 이들의 유해가 가족들과 친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정들었던 교내 기숙사와 교실을 둘러 볼때 유가족들은 이들의 이름을 되뇌이며 빈 책상을 끌어안고 몸부림쳤다.

퇴폐적인 저질문화와 폭력으로 물들은 ‘막가는 10대들’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요즈음 죽음으로 의를 실천한 이들의 행동은 분명 ‘우리 청소년들은 아직 건강하며 장래가 밝다’는 강한 메세지를 던져 눈시울을 더욱 뜨겁게 했다.
1997-07-24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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