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짖는 소리와 이웃집의 귀와…(박갑천 칼럼)

개짖는 소리와 이웃집의 귀와…(박갑천 칼럼)

박갑천 기자 기자
입력 1997-07-16 00:00
수정 1997-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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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척의 개가 요임금을 보고 짖는다고 했다.천하의 악당인 도척이 기르는 개는 천하의 성군인 요임금을 몰라본다.한신의 책사 괴통이 한고조한테 하는 말 가운데 나온다.개는 제주인만을 알아볼뿐 남은 모른다.

그러니까 개는 제주인이 아니면 짖어댄다.시골동네 살아본 사람이면 알일이지만 특히 밤에는 한집 개가 짖으면 온동네 개가 따라짖는다.저희끼리 합동방위망이라도 구축한건지 어쩐지.“개 한마리가 헛그림자 보고 짖으면 온마을 개가 따라 짖는다”(일견폐형백견폐성)고 했던말 그대로다.한사람이 있지도 않은 일을 마치 있는 양으로 퍼뜨리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걸 빗믿고 덩달아 떠들어대는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이는 후한의 왕부가 쓴 ‘잠부론’(현난편)에 나온다.

설사 따라짖지 않는다해도 여러마리 개가 밤낮 가리잖고 짖어대는데는 짜증도 났던 것이리라.한 국회의원 부인이 이웃집을 상대로 개사육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가 하루만에 취소한 사건이 있었다.지난 4월에도 이 비슷한 소송이 있었는데 원고가 패소했다는 것.그걸알고 취소한건진모르겠으나 감정의 앙금은 처져 남을듯 하다.맹문모르는 개는 또 짖어댈거고.이웃사촌이라 했는데 불행한 일이다.

이 사건은 투르게네프의 개이야기 〈무무〉의 여자 집주인을 떠올려보게도 한다.게라심이라는 사내는 키가 2m 가까운데다 힘도 세었으나 태어나면서부터 귀와 입이 시원찮았다.그는 모스크바근교 큰저택의 수위로 살아가는 처지였다.

어느날 검은반점의 흰강아지가 강기슭에서 빠르작거리는걸 보고 주워다 기른다.암컷이었는데 스페인종.‘무무’라고 이름지어준다.1년쯤 지난 어느 여름날 여자 집주인이 짖는 소리가 듣그러우니 쫓아내라고 한다.일하는 사람이 동물시장에 내다팔지만 무무는 밤중에 되돌아온다.또 짖어대는 무무.반자받은 여자주인은 펄펄뛰면서 갖다 버리라고 성화였다.꼭뒤눌린 게라심은 무무를 음식점으로 데려가 잘먹인다.그런다음 처음 발견했던 강가로가서 아망이라도 부리듯 무무의 목에 벽돌을 달아 가라앉혀 버린다.천성대로 짖다가 비명에 갔다는 옛얘기다.

문제는 짖는 정도에 있을것 같다.견뎌내기 어려울 정도냐,견딜만한데도 지나친 반응을 보이느냐 하는.이런일이야말로 ‘함께사는 사회’의 건전한 상식으로 풀어야할 문제 아닐지.〈칼럼니스트〉
1997-07-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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