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초등교 여교사의 촌지명세서/스승의 달 5월엔 “수백만원”

어느 초등교 여교사의 촌지명세서/스승의 달 5월엔 “수백만원”

박은호 기자 기자
입력 1997-06-20 00:00
수정 1997-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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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석번호순으로 30만원… 향수… 상품권 등 기록

「립스틱 300개,향수,손수건 선물세트,상품권…」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여교사가 학부모로부터 받은 「촌지」의 명세서다.

입시교육 관련 비리를 수사중인 서울지검 특수2부(안대희 부장검사)는 지난 13일 한국교육방송원(EBS) 모 간부의 자택을 수색하다 안방 장롱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각종 선물 꾸러미와 함께 초등학교 교사인 부인이 학부모로부터 촌지를 받을 때마다 일일이 내역을 적은 4∼5년치 분의 서류가 나왔기 때문이다.이른바 「촌지 출석부」다.

이 여교사는 학생들의 출석부를 본 따 자기반 학생 30여명의 이름을 번호순으로 적은 뒤,그 옆에 달마다 챙긴 촌지의 내역을 꼬리표처럼 달았다.현금은 1만원 단위로,선물은 상품명을 적었다.지난 5월 명세서에는 「000 20,000 15,000 상품권 10,000 립스틱,000 향수,000 손수건,……」등의 내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학기 초나 「스승의 날」이 낀 5월 등 「성수기」에는 수백만원 어치의 촌지와 선물이 답지했다.어떤 학부모는 매달,나머지대부분은 계절마다 한번씩 촌지를 건네 1년을 통틀어 (촌지 기록부가) 빈칸인 학생은 거의 없었다.

수사팀은 『남편도 모르는 일이니 제발 눈감아 달라』는 여교사의 애원에 이 기록을 압수하지 않고 발걸음을 돌렸다.뒤늦게 이같은 사실을 보고받은 검찰 간부는 즉시 촌지 기록부를 압수하도록 지시,수사팀이 다시 찾아갔으나 기록은 이미 없어진 뒤였다.

검찰은 이에 4∼5년동안 촌지 기록부를 작성했고,수사팀이 이를 훑어 본 사실 등을 적은 여교사의 「확인서」와 함께 30만원이 든 촌지 봉투 3개와 손수건 선물세트 등을 압수하는 한편 관할 교육청에 여교사의 비리를 통보,징계토록 했다.

검찰의 관계자는 『아파트가 3채에다 전국 각지에 20필지의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푼돈」에 해당하는 촌지를 꼬박꼬박 챙긴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무차별적인 촌지 수수 행태에 혀를 내두르기도 했다.

검찰은 일선 교사들의 촌지 수수 실태를 파악하는 작업에 들어가는 한편 교사들의 직무범위에 비추어 사법처리가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등 앞으로 촌지 수수관행에 적극 대처키로 했다.<박은호 기자>
1997-06-2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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