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관·김명환씨 글에 진정석씨 반박문

윤지관·김명환씨 글에 진정석씨 반박문

박상렬 기자 기자
입력 1997-05-22 00:00
수정 199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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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는 「리얼리즘·모더니즘 논쟁」/“「민족문학」계열의 정체성 정립 시도”평

□윤·김 교수 주장

·문학위기 극복은 리얼리즘 심화로

·보수적 미학관속 두개의 대립 계속

□진정석씨 반론

·근대화 보편성 간과 역사 특수주의 우려

·민중성은 항상 변해 문학속 기준 바꿔야ㄹ

문단의 「민족문학」계열에서 일고 있는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에 대한 논쟁이 가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번주 출간된 계간 「창작과 비평」 여름호에 실린 문학평론가 진정석씨의 기고문 「모더니즘의 재인식」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논쟁의 불을 다시 지피고 있다.

진씨의 이 글은 지난 1월 사회평론 「길」지에 실렸던 평론가 윤지관 교수의 「문제는 모더니즘의 수용이 아니다」와 「내일을 여는 작가」지 1·2월호에 실린 김명환 교수의 「민족문학론 갱신의 노력」이란 글에 대한 반론이다.

윤·김 교수의 글은 「민족문학」도 기존의 주도적 문학방법이었던 리얼리즘에서 벗어나 모더니즘의 문학전통을 수용,근대성의 범주를 확장해야 한다는 진씨의 주장을비판하는 것이었다.

이번 글에서 진씨는 윤교수의 주장(서구와 한국의 사회상황은 다르고 근대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문학의 위기는 리얼리즘의 심화를 통해 극복되야 한다)은 근대화의 세계적 보편성을 간과하고 우리의 역사적 특수성만을 강조하는 특수주의에 빠질 우려가 높은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또 윤교수가 주장하는 리얼리즘의 심화를 통한 현실의 타파는 결국 모더니즘으로 해석해야 하는 새로운 현실사회의 모습을 리얼리즘의 틀안에 가두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교수의 주장(모더니즘 작품은 민중의 생명력과 창조성을 외면하는 보수적 미학관이기에 모더니즘과 리얼리즘의 대립은 계속돼야 한다)에 대해서는 민중성과 문학성 사이의 괴리를 인정하지 않는 리얼리즘은 고압성을 띨 위험이 높다고 비판한다.또 민중성이란 사회변화에 따라 늘 변화하는 유동적 개념이므로 문학에서의 기준도 상황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당초 이 논쟁의 시발은 지난해 11월 「민족문학」계열의 민족문학작가회와 민족문학사 연구소 주최로 「민족문학론의 갱신을 위하여」라는 주제 아래 열린 심포지엄이었다.

「민족문학은 식민지 경험,분단,민주화투쟁이라는 민족사의 특수과제를 강조해 왔다.하지만 해방이후 우리의 경제·사회가 사실상 근·현대화의 길로 변모해 왔고 민족문학은 이에 따른 근대성이란 인류사의 보편적 경험을 제기하는 문제에는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민족문학이 위축되고 리얼리즘도 문학적 방법론의 기능을 상실하게 됨에 따라 「근대성에 대한 미적 대응」이 새삼스럽게 과제가 됐다는 것이 이 모임에서 제기된 진씨의 기본적인 문제의식이다.

윤·김교수의 글은 진씨의 이러한 주장에 대한 비판이었다.

결국 이러한 논쟁은 이른바 「거대담론」이라 불리는 80년대까지의 지배적 세계관이 붕괴되면서 위기에 빠진 「민족문학」 문단이 새로운 자기 정체성의 정립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제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박상렬 기자>
1997-05-22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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