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호씨 5번째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정승호씨 5번째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박상렬 기자 기자
입력 1997-05-15 00:00
수정 1997-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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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화두 「자아찾기」 동승/70년대 중반∼80년대초 「반시」 환동서 변모/「나」를 시의 대상으로/“누더기가 되고서 내 인생이 편안해… 비로서 별이 보인다”

중견시인 정호승씨(47)가 7년동안의 침묵을 깨고 5번째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를 내놓아 주목을 받고 있다.

정 시인은 70년대 중반에서 80년대 초반까지 문단을 풍미했던 유명한 문학지 「반시」의 동인이다.「반시」 동인은 당시 현실참여 계열과 순수문학 계열 가운데에서 시의 문학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실참여 정신도 반영한다는 취지로 결성돼 80년대 초까지 대학가의 젊은 문학도에게 절대적 인기를 누렸었다.

이후 황지우씨 등이 이들의 맥을 이었지만 정작 「반시」 동인들은 활동이 거의 없었다.

이런 점에서 정 시인의 이번 시집은 주목받던 한 중견시인의 시세계 변화뿐 아니라 80년대 이후 문단의 시 흐름과 최근 문단의 분위기를 엿볼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이번 「사랑하다…」에서 정 시인은 90년대 후반 중견시인들이 대부분 공유하는 화두인 「자아 찾기」를 잘드러내고 있다.

〈때로는 실패한 사랑도 아름다움을 남긴다 사랑에 실패한 아들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늙은 젖가슴〉(늙은 어머니의 젖가슴을 만지며)

〈내가 사랑에 실패한 까닭은 무엇인가 내가 나그네가 되지 못한 까닭은 무엇인가〉(허허바다)

이 시집의 초반부는 작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과정이다.

〈누더기가 되고나서 내 인생이 편안해졌다 누더기가 되고나서 비로소 별이 보인다〉(누더기별)

작가 자신이 끊임없이 추구하던 「사랑」과 「별」이란 단어가 이번 시집에서도 다시 시작하는 작가의 시 세계를 열어준다.

이번 시집에 대해 평론가 하응백씨는 『이전 시집에서 그가 「우리」를 위해 노래했고 추상적 민중을 향한 노래였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자신을 시의 대상으로 삼고있다』고 평하고 있다.

한 동료시인도 『이전까지 정시인이 타인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자기에 대한 성찰을 통해 자아를 찾으려하고 있다』고 보고있다.

관념적 「우리」에서 실존적 「나」로 시의중심을 이동시키면서 90년대 후반의 공통된 시 세계의 화두에 합류한 셈이라는 것이다.

이번 시집에서 정 시인이 불가적 선시풍의 노래와 그리스도적 사랑의 시편을 보이는 것도 김형영 시인의 시집 「새벽달처럼」 등에서 보이는 일부 중견시인들의 최근 시풍과 맥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다.<박상렬 기자>
1997-05-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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